#직장인 A씨(31)씨는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포켓몬빵을 사려고 밤마다 집 근처 편의점을 ‘순회’하고 있지만 매번 허탕을 치고 있다. 편의점에 물량이 들어오자마자 무섭게 팔려나가 포켓몬빵이 진열대에 놓여진 것을 본 적이 없다. 출근 때문에 A씨는 동생에게 구매를 부탁해 인근 마트에서 포켓몬빵 4개를 겨우 손에 넣었다. A씨는 “동생도 마트가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 겨우 구매했다”며 “빵에 동봉된 ‘띠부띠부씰’(스티커) 중 ‘뮤’캐릭터가 있는 스티커를 제일 갖고 싶어서 집 근처 편의점과 마트를 매일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런’에 ‘물류차 추격’, ‘빵 찾기 앱’까지…MZ세대 추억 자극에 포켓몬빵 광풍
그야말로 광풍이다. SPC그룹이 16년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 열풍이 유통가를 뒤덮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한정된 탓에 편의점이나 마트에 입고되자마자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은 기본이고 포켓몬빵을 실은 물류차를 ‘사생팬(아이돌 그룹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팬들)’처럼 실시간으로 쫓아다니면서 빵을 ‘득템’하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전국적으로 대란이 일었던 ‘허니버터칩’ 열기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SPC삼립(005610)에 따르면 포켓몬빵이 16년만에 재출시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번달 25일까지 한 달 여간 700만개가 팔렸다. 이는 세계의 지붕인 에베레스트산(8,848m)을 134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편의점에는 하루 2~3개, 마트에는 150~200개 정도 밖에 들어오지 않아 몇 초 만에 동이 나는 건 기본이다.
포켓몬빵이 처음 출시된 것은 1999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한국 방영 이후 인기를 끌자 빵에 포켓몬 캐릭터가 담긴 띠부띠부실(‘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를 넣어 팔았다. 당시 월 평균 500만 개 이상 팔리는 등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6년 단종된 후 지난달 16년만에 재출시됐는데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다시금 인기를 얻는 이유가 소비자들의 추억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 학생들이었던 MZ세대가 직장인이 돼 구매력을 갖게 된 상황에서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빵이 다시 출시되자 함께 빵을 구입하며 스티커를 모으는 일이 20~30대 세대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캐릭터가 워낙 인기가 있는데다, 빵이 예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행에 뒤떨어 질 수 없다’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켓몬빵 열풍에 편의점 CU의 애플리케이션 ‘포켓CU’의 ‘핫이슈 상품찾기’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달 23일 이후 한달 만에 88.1% 뛰었다. 이 앱을 통해 포켓몬빵 재고를 찾는 사람이 늘어서다.
포켓몬빵은 SPC그룹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SPC삼립은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7만원대 초반이었던 SPC삼립의 주가는 25일 기준 9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SPC삼립의 베이커리 부문의 매출액도 올해 1~2월 동안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배 웃돈거래·끼워팔기·경찰출동에 보육원 기부까지…포켓몬빵 천태만상
다만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각종 불미스런 일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켓몬빵 때문에 경찰 6명 출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확산했다. 한 손님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포켓몬 빵 있으면서 숨기는 거 아니냐’며 물건을 발로 차고 매대를 엎어 경찰관 6명이 출동한 것이다.
포켓몬빵 인기가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이 지난 20일 포켓몬빵을 사러 온 11세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남성은 ‘빵을 찾아주겠다’며 편의점 창고로 아이를 유인해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주들의 부적절한 행위도 도마위에 올랐다. 한 편의점주는 “단골고객 및 일반 상품 3만원 이상 구매 영수증 지참한 분에 한해 (포켓몬빵을)판매한다"고 해 온라인상에서 뭇매를 맞았다. 1500원짜리 포켓몬빵을 뻥튀기과자 2개와 함께 6500원에 판매하거나, 페레로로쉐와 함께 포켓몬빵을 2만1800원에 판매하는 소위 '포켓몬 빵 인질극' 으로 불리는 ‘끼워팔기’ 사례도 나왔다.
수요가 많다보니 몇십배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일도 흔하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의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포켓몬빵 거래 글이 올라온다. 띠부띠부씰 희귀 캐릭터 스티커는 몇만원의 웃돈을 얹어 팔리기도 한다. 가장 희귀 캐릭터로 알려진 ‘뮤’ 캐릭터의 경우 5만원에 판다는 글이 수두록 올라와 있다. 빵 가격의 무려 33배에 달한다.
반면 훈훈한 사례도 전해진다. 지난 18일 당근마켓 커뮤니티 동네생활에는 “얼마 전 보육원에 포켓몬빵과 우유를 기부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기부할 입장도 아니고 해본 적도 없지만, 최근 스티커 때문에 포켓몬빵을 구매했다가 순수하게 웃게 됐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면서 “요즘 어린아이들에게도 이런 기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유통업계는 포켓몬빵에 대한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빵 공급 물량을 공급 물량을 단시간 내에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SPC삼립 측은 “현재 시화·공장 등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다른 베이커리 제품도 만들어야 하고, 스티커 업체와 함께 빵을 제작해야 해 당장 공급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라며 “현재와 같은 수준의 규모로 당분간 빵이 공급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