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청 앞 패션 거리. 이 곳에서 20년 넘게 여성복 씨(SI)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오봉숙씨는 고객이 계산을 마치면 그때부터 더 바빠진다. 공장에서 ‘찍어 나온’ 기성복을 고객 체형에 맞게 구매 즉시 수선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씨는 구매한 지 10년이 넘은 옷도 고객이 가져오면 언제든 무료로 고쳐준다. 오씨의 이런 서비스 덕에 SI 해남점은 1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꾸준히 유지하며 전국 매출 1위 점포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패션 가두점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길거리 상권을 책임지는 핵심 점포였지만 온라인 소비가 커지는데 비례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류 가두점 점주들에게도 생존을 위한 비책이 있다, 20~30년 동안 매장을 운영해오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주변 상권과 고객에 대한 이해도다. 이들은 고객 맞춤형 '사랑방' 전략으로 단골 고객을 사수 중이다.
27일 패션그룹 세정에 따르면 여성복 올리비아로렌과 패션 편집숍 웰메이드 매장 중 연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전체의 10%에 육박한다. 서울 대형 백화점 의류 매장의 평균 연매출이 1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라는 평가다.
코로나에 ‘대면’ 원하는 고객들 더 찾아와
올리비아로렌 청량리점의 경우 지난해에도 연매출 12억 5000만 원을 달성하며 10년 넘게 전국 1등 자리를 지켰다. 주 고객은 40~50대, 단골 비중은 60% 이상이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고객 1인 구매액이 2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웰메이드 광명점은 직원들의 근속 기간이 무려 20년에 달한다. 직원들은 오랜 기간 고객들과 유대 관계를 쌓았고, 이는 매장이 코로나 19라는 험한 파고를 넘는 힘이 됐다. 대면 서비스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50~60대 고객들이 오히려 매장을 찾아와 옷을 입어보고 점원들의 조언을 들은 후 구매를 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환에도 적극적인 매장도 있다. 점주가 직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패션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하고, 사진을 업로드해 옷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 중장년층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패션 앱 '퀸잇'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00여 개로, 상반기 대비 217% 늘었다. 세정 관계자는 "가업을 잇는 젊은 점주의 경우 온라인으로 채널을 확장하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신규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도 체질 개선 시도…해외 나가고, 온라인 지원
본사도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캐리스노트·본 매그넘·예작 등을 운영하는 형지I&C는 지난해 4월 일본에 이어 미국에 셔츠 브랜드인 예작을 론칭했다. 올해는 본 매그넘과 캐리스노트 등도 아마존 입점을 검토 중이다. 판매 채널 다양화와 브랜드 리포지셔닝 등을 통해 600억 원대로 떨어진 매출을 1000억 원까지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다.
패션기업 신원은 점주들의 온라인 운영을 지원한다. 올해 1~3월 베스띠벨리의 온라인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88% 가량 증가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세정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업해 3D 버추얼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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