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삼성물산(028260)(AA+)이 자금 조달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3년물 3000억 원, 5년물 2000억 원 어치를 각각 발행할 예정입니다. 금리는 3년물 3.438%, 5년물 3.665% 수준에서 결정됐습니다.
그간 회사채 매입을 중단했던 국민연금도 삼성물산 회사채 투자자로 참여했는데요. 3년물의 경우 삼성물산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회사의 금리) 대비 16bp~17bp(1bp=0.01%포인트) 가산해 연 3.48~3.49%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5년물은 26bp~28bp 높은 연 3.63~3.65% 수준입니다. 우정사업본부와 공무원연금, 산림조합중앙회, 수협중앙회 등 다른 연기금들도 제각기 가산금리를 높여 참여했습니다.
이달 들어 회사채의 금리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가 68bp 가까이 치솟으면서 많은 기관들이 회사채 인수를 재개하는 분위기입니다. 저가 매수, 소위 '줍줍'에 나선 것이죠.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을 당시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우려해 70bp 안팎으로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할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특히 삼성물산은 신용도가 AA+로 우량하고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지주사 격인데도 발행금리를 그다지 낮추지 못했습니다.
시장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진 만큼 다음달 회사채 시장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투자 수요는 늘었지만 발행 금리는 크게 높아졌지요.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금리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중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채권 가운데서도 리스크가 높은 회사채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이같은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지, 그리고 해소된 이후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원자재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상승 여파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약 6,300억 원 규모로 연중 두 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일찌감치 상환 자금을 마련한 곳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의 경우 당분간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일에는 KCC(002380)(AA-)가 최대 3000억 원 조달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단기자금(CP)과 약정부 할인어음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지요. 뒤이어 롯데칠성(005300)과 롯데렌탈(089860), SK네트웍스(001740), 현대건설(000720) 등도 자금 조달을 위해 잇따라 시장을 찾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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