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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2년뒤 놓친걸 후회할 작가, 힐러리 페시스

갤러리스트서 단숨에 블루칩 아티스트로

D.호크니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화풍

플로라 유코노비치, 사랴 휴즈 이을 여성화가

'21세기 정물화'로 현대인의 기억을 기록

힐러리 패시스의 2021년작 '스튜디오 테이블(Studio Table)'




최근 몇 년 새 미국 동부와 서부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까지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 작가가 있다. 마흔 살을 갓 넘겼고, LA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 힐러리 페시스(Hilary Pecis)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20년 가나아트 사운즈 한남에서 열렸던 ‘리플렉션스: 오픈 엔디드’ 그룹전에서 소개된 적 있다.

뉴욕 로워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레이첼 우프너(Rachel Uffner) 갤러리에서 페시스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지난달 12일에 개막했고 5월 7일까지 이어지는 ‘따뜻하게(Warmly)’라는 주제의 전시다. 레이첼 우프너 갤러리는 최근 런던 경매에서 추정가 10배 이상에 작품이 낙찰돼 엄청난 수요를 입증한 여성 블루칩 아티스트 샤라 휴즈(Shara Hughes)의 개인전을 일찌감치 기획한 곳이다. 페시스는 지난 2018년 전시 이후 두번 째로 레이첼 우프너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풍경화와 정물화 등 10여 점 신작을 선보였다.

힐러리 패시스의 2022년작 '395번도로의 휘트니산(Mt. Whitney on the 395)'


페시스의 그림은 크게 실내 및 야외 풍경과 정물화로 나눠 볼 수 있다. 페시스의 정물화는 ‘21세기 정물화’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현대판 정물화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풍경화는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이 매력적인데, 전시장에 들어서면 캘리포니아의 휘트니 산을 그린 거대한 풍경화 ‘Mt.Whitney on the 395’이 중앙 벽에 걸려 시선을 사로잡는다.

LA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기에 그림에 나타난 소재들과 색감은 밝고 경쾌한 미국 서부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조나스 우드(Jonas Wood)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붓 터치가 보이지 않을 만큼 매끄럽고 납작하게 처리한 표면 또한 매력적 요소다. 페시스는 주변 지인들의 집에서 찍은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한고 한다. 그녀의 그림에는 쌓인 책·식물·레코드판들과 같은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 개개인의 기억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작품 ‘클레멘타인의 책꽂이(Clementine’s Bookshelf)’가 대표적이다. 그림 중앙에는 고양이가 박스 안에 앉아 있고, 그 뒤 책장에는 작가 지인의 책들이 꽂혀 있다. 각 책들의 제목까지 세밀하게 묘사돼, 그림에 굳이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그의 관심사와 취향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한 개인의 소지품들이 시각회 된 ‘정물화’가 우회적으로 인물의 특징을 재현하는 ‘인물화’가 될 수 있는 경계 또한 찾아볼 수 있다.

힐러리 패시스의 2021년작 '클레멘타인의 책꽂이(Clementine’s Bookshelf)'




힐러리 페시스의 경력은 흥미롭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전업작가가 된 것은 3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의 첫 직장은 현재 그녀를 전속작가로 보유하고 있는 LA의 데이비드 코단스키(David Kordansky)갤러리였다. 갤러리스트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그린 그림들이 현재 그녀의 아티스트 커리어를 만들었다. 페시스는 과거를 회상하며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취미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에 그림에 온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19년부터 페시스는 갤러리 일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커리어는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자신이 일했던 코단스키 갤러리가 이제는 본인을 위해 일해주는 전속화랑이 됐다. 페시스는 영향력 있는 다수 갤러리들의 그룹전과 뉴욕 록펠러 센터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 ‘Art in Focus’에 포함되기도 했다.

힐러리 패시스의 개인전이 한창인 뉴욕 로워 이스트 사이드의 레이첼 우프너 갤러리 전시 전경.


힐러리 페시스에 대한 열기는 미술시장에서도 뜨겁다. 최근 몇 년 간 페시스 작품의 경매 기록을 살펴보면 놀라운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컬렉터들이 그녀의 작품 가격 상승에 주요 동력으로 지목된다. 지난 2020년 베이징 스퍼스갤러리(SPURS Gallery)에서의 개인전 이후 중국 내의 미술관 및 재단들이 그녀의 작품을 사모으기 시작하면서 경매 낙찰가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레이첼 우프너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 때 작품 가격이 1만달러 이하였으나 현재 경매에서는 그 수십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뉴욕 크리스티의 전후 현대미술(Post-War to Present) 경매에 출품된 20호 크기 작품 ‘Map of the Easter Sierras'는 경매 예상가 12만불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31만5000불에 낙찰됐다. 페시스가 머잖아 올 봄 메이저경매에서 연일 신기록을 경신한 플로라 유코노비치(Flora Yukhnovich), 샤라 휴즈(Shara Hughes)와 같은 젊은 여성 스타 블루칩 아티스트의 반열에 들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현재 뉴욕의 레이첼 우프너 갤러리, LA의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 런던의 티모시 테일러(Timothy Taylor) 갤러리가 동시에 힐러리 페시스를 동시에 전속작가로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LA의 코단스키갤러리가 내년에 열릴 페시스의 개인전을 기획 중이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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