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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흔들리는 '톱다운 방식' 싹 바꾼다

■자원개발 민간 패키지 지원

대통령 의중 따라 정책 오락가락

일관성 없는 자원개발 한계 드러나

인수위 '컨트롤타워 구축' 추진해

기업이 개발 전면·공기업은 백업

업계선 "자원거래 제한 풀어줘야"


이명박(MB) 정부 이후 민간 기업들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각종 세제·금융 지원이 사라진 데다 해외 광산 등에 쏟았던 투자도 큰 손실을 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번에 내놓는 민간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은 황폐해진 자원 개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응급 처방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간 정부 주도의 자원 개발이 처절한 실패로 귀결된 만큼 수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민간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은 이들 민간 기업을 백업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하도록 가닥을 잡았다. 다만 큰 틀의 정책 방향만 잡혔고 세부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기대보다는 추가적인 로드맵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6일 인수위의 대책을 보면 자원 개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업계의 요구 사항이던 세제 혜택을 다시 만들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해외자원개발협회 등은 해외 자원 개발 융자 제도의 융자 비율을 현재 30%에서 50% 이상으로 올리고 감면 비율도 100%로 돌려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이런 요구가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10년간 각종 세액 공제 사업은 죄다 사라지다시피 했다. 해외 자원 개발 투자비 세액 공제는 2013년, 해외 자원 개발 설비투자비 세액 공제는 2019년에 일몰의 운명을 맞았다. 해외 자원 개발 배당소득 및 법인세 면제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없어졌다. 기술 개발,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난도질당했다. 인력 양성을 맡던 자원 개발 아카데미는 2016년부로 종료됐고 자원 개발 특성화 대학 사업도 2019년을 끝으로 접었다.

그런 만큼 자원 업계는 이번 인수위 발표를 계기로 시장이 변화하는 단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는 광업권을 취득하거나 광업권을 소유한 외국 법인의 지분 10% 이상을 취득한 투자·출자액의 3%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자원 확보 투자 과세 특례 제도 신설과 해외 자원 개발 투자의 배당소득 법인세 면제가 되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에너지·자원·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자원 확보 없이 기업 활동도 불가능해지는 만큼 이참에 자원 확보에 나설 민간 기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이 끌고 공기업이 각종 지원에 나서는 구조라 공기업의 역할은 기존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윤석열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시장 자율에 방점을 찍고 있는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인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원 개발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톱다운 형식의 정책 수립 구조”라며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해외 자원 개발과 매각이 결정되면서 자원 개발 자체가 정권의 명운과 함께하는 폐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정부 주도의 자원 개발은 자신의 패를 전 세계에 드러내놓고 진행하는 꼴이 된다”며 “국정감사도 소신 있는 투자의 독이 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자원 개발이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성이 매우 큰 만큼 민간이 나서기에 위험이 큰 측면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런 만큼 공기업이 민간의 역량을 키워나가려면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를 줄여주려는 대책도 함께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수위는 자원 개발의 구심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도 드러냈다. 상반기 발의 예정인 ‘자원안보기본법’에 국가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조기 경보, 위기 대응 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지금 정부가 무리하게 투자에 나섰다가 10년 전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올해는 민간과 공기업의 역할 조정에 신경 쓰고 자원 시장 관련 금융·지질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자원 분야는 첨단 금융 기법과 고도의 계약 구조, 여러 파생 상품들을 아우르는 금융의 꽃인데 그간 우리 기업들은 이에 지나치게 무지했다”며 “정부의 금융·세제·정보·외교 지원이 있으면 민간 기업의 역량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간 기업을 키우려면 자원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4000만 톤 이상을 수입해 중국·일본에 이어 LNG 3위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 민간의 역할은 미미하다. 한국가스공사가 전체 수입 물량의 약 80%를 들여오는데 그 배경에는 도시가스사업법이 있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은 가스공사를 제외한 민간 기업은 가스발전소 등 자가 소비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지만 제3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수급 관리 등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가스공사에 판매 등을 허용할 뿐이다. 박 교수는 “가스공사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에도 도입 물량 중 일정 부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자원 분야를 다루는 거래소 설립도 숙원 사업으로 꼽고 있다. 석유, 광물, LNG, 탄소 배출권, 수소 등을 담당하는 ‘한국상품거래소’를 만들어 자원·에너지 허브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원 빈국이지만 아시아 최대의 원자재 거래 시장으로 떠오른 싱가포르의 사례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에너지·광물 소비국인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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