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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수류탄 던진 러軍, 남편 끌고 간 뒤 총성”…부차 ‘학살의 기록’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부차의 민간인 희생자 집단 매장지 앞에서 주민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차라리 그들이 나까지 죽이길 바랐습니다.”

우크라이나 도시 부차의 주민인 이리나 아브라모프(48)의 일상은 러시아군이 들이닥치며 폐허가 됐다. 약 한 달 전 그가 70대 아버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던 집에 들이닥친 러시아군은 현관문을 부수고 일가족을 마당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심지어 그가 보는 앞에서 집 안으로 수류탄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내 귀를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고, 온 집안이 불길에 휩싸였다. 군인들이 그의 남편을 다짜고짜 끌고 가 눈 앞에서 사라지더니, 잠시 뒤 총성이 울렸다. 순식간에, 영문도 모른 채 벌어진 비극이었다. 그의 노부(老父)는 “부차는 마치 종말을 맞은 세상과 같았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영국 BBC는 5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부차 대학살’의 참상이 현지 주민의 증언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소도시 브로댠카의 한 주민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중앙이 뻥 뚫리는 형태로 파괴된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은 이리나의 남편만이 아니다. 부차에서만 최근 시신 수십 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아직 공식 집계 수치는 없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일 부차에서만 최소 민간인 300명이 살해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도시 이르핀까지 더하면 발견된 시신만 이미 410구가 넘는다. BBC는 여전히 부차 시내 여기저기에 불타버린 러시아 탱크, 망가진 가정집과 차량, 미처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의 병력 이동에 따라 점령됐던 다른 도시들에서도 학살된 시신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러시아군에 의해 장악됐다 이달 우크라이나 측이 탈환한 도시 브로댠카는 아파트 단지 4개가 포격으로 붕괴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브로댠카에서는 지난 몇 주간 200여명이 실종·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브로댠카 등 다른 도시의 희생자 수는 부차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라며 "국제 언론인들이 부차와 다른 도시에 직접 와서 민간인 살해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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