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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나쁜 인플레에 결국 '불황' 오나 [글로벌체크]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2월 美 CPI 7.9%로 40년만 최고치

3월도 8.4% 전망되며 인플레 악화 우려

도이체방크 "내년 4분기, 경기침체 시작"

WSJ "소비자, 필수재 지출 비용 아끼기 시작"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마켓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고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7.9%를 기록하며 40년만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되는 3월 CPI는 8.4%로 집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수치가 예상치대로 나올 경우 이는 지난 1982년 1월 8.4%에 이어 다시 한 번 4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되는 겁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으로부터 한발 더 더 멀어지게 되는 거죠.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경기 침체 우려 목소리 등장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월가에서도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내년 말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더이상 연준이 연착륙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며 "대신에 우리는 더 공격적인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는데요. 연준이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는 과정에서 결국 불황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도이체방크는 불황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내년 4분기 혹은 2024년 1분기를 제시했는데요, 다만 과거처럼 심각한 경기 불황이 아니라 비교적 가벼운 수준의 불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4년 미국의 실업률도 5%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2020년 실업률이 14.7% 2009년 실업률이 10%였던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불황을 전망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CNN은 주요은행이 불황을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AP연합뉴스


■저렴이로 갈아타고 소비 줄이고…불황의 신호?

인플레이션발 불황을 알리는 신호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비자들이 치약에서부터 분유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품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건을 소비하는데 있어 더 저렴한 제품을 사거나 구입하는 양을 줄이거나 혹은 PB 제품을 구입하는 식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겁니다. WSJ는 이 같은 변화가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리서치기업 IRI에 따르면 지난달 13일까지 3주간 식용 PB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는데요, 코로나19 기간동안 PB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통상 PB제품은 여타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합니다. IRI 측은 "필수소비재 산업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쪼들리고 있는 소비자들은 지출이 늘어났다는 것을 목격했고 이제 소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어 장바구니에서 일부 제품들을 제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크리스털 필립스는 WSJ에 "수개월 동안 물가 상승의 압박을 받았지만 최근 가족들의 차량 주유비로 92달러를 쓴 뒤 진지하게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필립스는 뒷마당에서 키우던 식물도 기존 관상용에서 먹을 수 있는 채소로 바꿨으며, 쇼핑장소도 더 저렴한 할인 식료품점으로 변경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그간 사용하던 7달러짜리 세제도 2.5달러짜리 세제로 바꿨다"며 "2.5달러짜리는 좋은 냄새가 나지 않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이제 고소득층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명품 가구업체인 RH는 지난 2월 말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RH의 최고경영자(CEO)인 게리 프리드먼은 이 같은 수요 감소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과 맞물린 기간 동안 발생했다"면서도 "이것이 모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는데요. 특히 그는 "식당과 자동차 등 모든 곳에서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가격 인상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며 RH와 같은 기업들은 까다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CNN은 "상류층과 부유한 쇼핑객들도 더 비싼 가격과 지정학적 우려로 인해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을까?"라고 물으면서도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명품에 대한 수요까지 경제의 모든 부분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금이 물가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도 소비를 줄이는 이유로 꼽힙니다. 포브스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용주들이 올해 평균 3.4%의 임금 인상을 시행할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빚'도 늘었지만…인플레 개선 조짐 안 보여

이미 소비자들이 지고 있는 빚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월 소비자신용(부동산 대출 제외)이 전월 대비 418억달러가량 증가했다며, 계절 조정 기준 연율로는 11.3%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이 전망한 187억달러를 크게 웃돈 수치입니다. 특히 1월 4% 증가에 그쳤던 신용카드대출 등의 리볼빙 신용이 무려 20.7%(1조1000억달러)나 증가한 점이 눈에 띕니다. CNN은 "인플레이션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미국인들이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게 됐다"며 "3월 휘발유 가격이 상승한 만큼 2월 이후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포브스는 '제품가격을 올릴 회사들에 따르면 얼마나 인플레이션이 나빠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격 인상 계획이 있는 기업들을 소개했는데요. 사무용 가구 회사에서부터 자전거 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은 치솟은 항만비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화물운송 가격서비스업체인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부터 미국 서부 해안까지의 운임료는 컨테이너 한 개 당 약 1만6000달러로 1년 전의 3배, 2년 전의 10배에 달합니다.

항구에 적체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켄트 바이크의 아놀드 캠러 CEO는 5~10일씩 하역을 할 수 없었는데, 매일 컨테이너 한 개 당 200~300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전보다 30달러 이상 오른 금액인데요, 올 2월 캠러 CEO가 지불한 수수료만 30만달러가 넘습니다. 결국 이 같은 부담은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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