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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넘어 하이브리드·배양육까지…일상 파고든 '고기혁명' [지구용 리포트]

■진화 거듭하는 '미래형 고기'

알티스트, 콩으로 고기·참치 만들고

셰프와 협업해 '비건 미식' 퍼뜨려

스페이스에프, 동물 줄기세포 활용

3년 내 맛·원가경쟁력 높여 상용화

세계 대체육 시장 내년 7조로 성장

푸드테크 창업 2~3년새 50곳 달해

100%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알트에이의 비건 중식 메뉴. 사진 제공=알티스트




최근 서울 이태원에 새로 문을 연 식당 ‘알트에이’는 참치 스프링롤, 난젠완쯔, 된장짜장면과 시나몬 도넛 꽃빵처럼 특색 있는 중식 메뉴를 내세우고 있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캐주얼 레스토랑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는 100% 비건 레스토랑이다. 난젠완쯔에 들어가는 고기, 스프링롤의 참치는 모두 콩으로 만든 대체육과 대체참치다. 고기도 참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식감과 맛이었다.

이 식당은 대체육 기업 알티스트가 스타 셰프인 장진우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작정하고’ 만든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만난 윤소현 알티스트 대표는 “보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험, 맛있는 경험을 했으면 싶어 식당까지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티스트의 대체육·대체참치 제품은 온라인쇼핑몰이나 편의점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진 비건 미식의 경험을 퍼뜨린다는 취지다.
알트에이 같은 식당은 10년 후 번화가를 장악할지도 모른다. 육류의 단점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높아지는 덕분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5%(2018년 기준)를 차지한다. 그린피스는 18~20%로 추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기 섭취를 줄여야 심장병·당뇨병에 걸릴 확률도 낮아진다고 권고한다. 마르코 스프링먼 옥스퍼드대 박사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류가 소·돼지·양 등 붉은 고기 섭취량을 하루 43g 이하로 줄일 경우 2050년 전 세계 사망자 수는 현재의 식습관을 유지할 때보다 510만 명이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편에서는 돼지와 닭이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둬 키우는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비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감히 ‘고기 혁명’을 외치는 푸드테크 기업들이 최근 가장 뜨거운 투자처로 떠오른 이유다.

대체육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재료와 맛으로 식품업계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일찌감치 기술력을 갖추고 영국 포워드푸딩의 ‘글로벌 푸드테크 500 기업’에 선정된 디보션푸드, 발 빠른 마케팅과 기대 이상의 맛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은 지구인컴퍼니, 새송이버섯으로 만든 대체육을 선보이는 위미트 외에도 최근 2~3년새 50여개가 넘는 푸드테크 기업이 새로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식물성 계란 ‘저스트 에그’로 유명한 잇저스트와 대체육 기업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이 이미 일반 계란·고기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동네 슈퍼마켓까지 진출해 있다.

대체육과 함께 고기 혁명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은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소나 돼지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를 의미한다. 기업마다 노하우는 다르지만 국내 기업인 스페이스에프는 동물 근육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순도 높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지, 어떤 배양액으로 안정적인 배양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 등의 기술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스페이스에프의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사진 제공=스페이스에프


세포 채취를 위한 생검 때문에 매번 동물이 죽거나 가축으로서 가치가 떨어져 도살당한다면 배양육의 취지에 반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에프는 한 번 뽑은 줄기세포를 계속 근육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무기로 여러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김병훈 스페이스에프 대표는 “예전에는 배양육 100g을 만드는 데 25일쯤 걸렸지만 이제 15~18일까지 줄었다”며 “3월 지방세포를 첨가한 시제품을 첫 공개했고 3년 내로 맛과 원가 경쟁력을 높여 상용화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고기 혁명’은 빠르게 기존의 고기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5년 4조 2400억 원 규모에 그쳤던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은 내년 6조 97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은 2028년 3억 5240만 달러(약 4291억 원)까지 성장한다는 것이 시장조사기업 폴라리스마켓리서치의 예상이다. 2040년에는 대체육·배양육이 전체 육류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삼정KPMG)도 나왔다.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고기’의 등장도 기대된다. 김 대표는 “배양육 생산기술이 발전하면 배양육이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대체육과 배양육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가 시장의 주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 전 세계 처음으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싱가포르에서 출시된 제품 역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윤 대표는 “대체육과 배양육을 8 대 2 정도로 섞으면 아주 훌륭한 맛이 난다”며 “대체육과 배양육의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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