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했던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과 관련해 “이제 검사는 더 이상 억울한 부분이 있는지 밝히려는 시도조차 할 생각을 접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강 부장검사는 1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래저래 범죄자들만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것 같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부장검사는 초임검사 시절 적체된 미제사건으로 씨름하던 중 선배가 건넨 농담을 떠올렸다. 당시 선배는 “미제 250건을 단번에 1건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아주 간단하다. 수사기록을 땅속에 파묻어 버리면 된다. 그러면 원 사건은 사라지고, 공용물건 손상죄 1건만 남게 된다”고 답했다.
강 부장검사는 “20년 전 선배의 농담이 이제 정말 주요 사건 수사를 영원히 묻어 버릴 수 있는 현실이 되어 간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 전문가가 수사에서 배제되면, 수사의 질이 나아지는 걸까”라며 “국민들은 형사사건을 법률 전문가가 한 번 더 검토해 주는 기회를 없애는 것을 좋아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찰국가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검사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법이 초고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보며, 21세기 대한민국은 OECD 경제 대국에 어울리지 않게 다시 경찰국가로 회귀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 상태로 몇 년을 운영하다 문제점이 발견돼 뒤늦게 법을 개정하려 할 때, 수사를 하지 않는 검사들도 전문성 있는 수사에 대한 노하우를 상실하고, 상당수 검사들은 이미 전직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진짜로 마주하게 될 것 같다”고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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