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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사태'의 전말과 파장[집슐랭]

조합도 시공사업단도 천문학적인 손해

조합 “이주비 대출 이자 연 800억원"

시공사 "입주 연기 보상금 1600억원”

공사비 증액 계약의 효력이 핵심 쟁점

서울시 신규 주택 공급 계획도 흔들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에 공사 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았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갈등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15일까지 양측이 극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매머드급 공사 현장이 멈춘다면 최소 3년 이상 소송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현장 인력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서울 강남권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등 건설 업계와 부동산 시장에까지 태풍이 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모두 천문학적인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장과 4개의 대형 건설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극심한 갈등을 빚는 배경으로는 지난 2020년 6월 25일 맺어진 공사비 증액 계약이 있다. 조합 집행부는 이 계약이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해당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기반으로 맺어졌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관할 구청 인가까지 났으므로 적법하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간의 입장 차이는 지난해부터 단 한 치도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전과 공사 중단이라는 파탄에 이르고 있다. 서울경제가 그 배경과 이후 예상되는 파장을 정리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 전경. 연합뉴스


“법적·절차적 하자 있는 계약” vs “전혀 문제 없는 적법한 계약”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배경을 이해하려면 2020년 체결된 공사비 증액 계약을 살펴봐야 한다. 2020년 6월 25일 둔촌주공 전 조합장 최씨와 시공단은 공사비를 기존 2조 7049억 원에서 3조 2293억 원으로 5,244억 원 증액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날 조합에서는 A씨에 대한 해임 발의안이 나왔다. 이는 이후 현재 조합 집행부가 이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세부 근거 중 하나가 된다.

조합이 당시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주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사비 증액 계약의 근간이 되는 2019년 12월 7일 관리처분총회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공개해야 했지만, 당시 총회에는 공사비 검증 내역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합은 계약의 근간이 되는 총회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 있으니 계약 또한 하자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또 다른 근거로는 계약서 자체의 문제가 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연대보증인의 개인 서명이 있어야 하지만 지난해 계약서에는 이 같은 서명이 없다. 사전 합의에 따라 정해진 방식을 지키지 않은 계약이니 법적·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조합은 보고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됐듯 전 조합장 최씨에 대한 해임 발의안이 나온 당일에 최씨가 서둘러 시공단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절차적인 문제가 크다고 조합은 주장한다.

둔촌주공 조합은 현재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분양 과정이 진행되려면 조합이 건축 가산비 등을 책정해 강동구청에 제출해야 하는데, 가장 최근 공사비 계약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만큼 이에 기초해 분양 일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절차적 하자가 있는 지난해 계약을 토대로 건축비 계산을 할 수는 없다”며 “분양을 하려면 적법하게 체결된 2016년 계약(2020년 공사비 증액 계약 체결 이전의 기존 계약)을 바탕으로 재협상을 해 이후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자재 값 상승이나 임금 인상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6년 계약을 토대로 협의를 해야 공사비 협상 및 일반분양 돌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25일 체결된 공사비 증액 계약서의 연대 보증인 서명란. 6개 중 5개가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이덕연 기자


이에 대해 시공단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2020년 계약과 관련해 쟁점이 되는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증액 검증은 총회 전 신청을 했으며, 법적 의무 사항도 아니라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계약서 연대보증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공단 핵심 관계자는 “연대보증은 착공 전 조합 해산 등 리스크가 클 때 받는 것”이라며 “2020년 계약 당시는 이미 착공이 들어간 상태로 연대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당시 계약이 적법하게 개최된 관리처분총회를 기반으로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쳤고, 이후 강동구청의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은 만큼 조합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유효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착공에 들어선 이후 일반분양이 되지 않아 아무런 수입 없이 막대한 공사비를 홀로 감당해왔다”며 “금융기관이 조합에게 해준 사업비 대출의 보증을 시공단이 맡고 있어 분양이 계속 미뤄지면 모든 부담을 시공사에서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지난해 공사비 증액 계약은 적법한 과정을 통해 체결됐으며, 일반분양이 되지 않아 현재 모든 재정적 부담을 시공단이 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합이 서둘러 현재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일반분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시공단의 입장이다.

2019년 12월 7일 둔촌주공아파트 관리처분총회 책자. 이 총회에 기반해 2020년 6월 25일 계약이 체결됐다. 이덕연 기자


서울시·강동구청 중재 나섰으나 결국 소송전·공사 중단


양측은 사업의 기초가 되는 계약에 대한 이견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시공단은 지난해 수차례 조합에 공문을 보내 일반분양 일정을 재촉했다. 이 중 한 공문에는 '시공단이 3차례에 걸쳐 최고(催告·재촉)했음에도 조합이 일반분양 계약 업무 이행을 하지 않아 사업비의 대여를 중지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조합은 반발해 시공단 구성원인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고, 이에 시공단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하고 “(조합이) 마감재 변경, 감리로부터의 자재 승인 지연 등 도저히 정상적인 공사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자 서울시는 코디네이터(조정자)를 배정해 갈등 중재를 시도했다. 총괄 코디네이터로는 김용호 제일엔지니어링 부회장이 나섰고, 이어 법률 전문 코디네이터로 전영상 변호사, 시공 전문 코디네이터로 오문규씨가 앞장섰다. 하지만 양측 간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시공단은 지난달 14일 강동구청 등에 공문을 발송해 이달 15일부터 공사 중단을 예고했다. 이에 조합은 지난달 22일 시공단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공사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양측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고, 오는 15일 공사 중단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조합은 지난 11일 시공단 측에 마지막 협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시공단은 이튿날 이에 대한 거절 공문을 조합에 송부했다. 시공단 관계자는 “핵심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2020년 계약 문제, 공사기간 연장 문제에 대한 조합의 입장 변화가 없어 협상 자체가 무의미했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 현실화 되면 조합·시공단 모두 ‘지는 게임’


공사 중단이 현실화되면 조합과 시공단 양측은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조합이 현재 금융권으로부터 대여하고 있는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 2800억 원 규모다. 사업비 대출은 7000억 원 가량 된다. 이들은 각각 오는 7월과 8월 만기가 도래한다.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융권이 대출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으나, 설령 만기 연장이 되더라도 이자 부담이 연 800억 원에 달한다. 조합 핵심 관계자는 “약 2조원 가량 되는 대출금의 1년 이자 비용이 800억 원 정도로, 매달 상환해야 하는 비용이 67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시공단이 지게 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양측 간 계약 내용에 따르면 예정보다 입주 시기가 늦어지게 되면 시공단은 지체 보상금을 내야 한다. 지체 보상금은 전체 공사비인 3조 2293억 원의 0.1%씩 매일 발생하며, 최대 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시공단 핵심 관계자는 “한번 공사가 중지되면 재개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 공사비의 5%인 1615억 원의 보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합이 지체 보상금을 요구하면 입주 지연의 책임이 어느 주체에 있는지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따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투입된 공사비에 대한 금융 부담도 있다. 시공단은 2020년 4월 분양을 해 대금을 수금한다는 전제로 2020년 2월 착공했고, 이후 일반분양 일정이 늦어지면서 올해 9월 분양 및 10월 수금을 하더라도 1200억 원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자체 추산 결과를 내놨다. 공사 중단이 길어질수록 이미 투입한 공사비에 대한 금융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시공단은 공사 중단이 시작되는 15일부터 사업장에 대한 유치권 행사를 할 계획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 이덕연 기자


가장 큰 피해는 조합원이 볼듯…당장 7월 이주비 대출 만기


가장 커다란 문제는 6000여 명에 달하는 둔촌주공 조합원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2017년부터 이주를 시작했으며, 인당 평균 3억 원 가량의 이주비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는 조합이 사업비를 통해 이주비 대출 이자를 충당해왔으나, 계약 불인정과 일반분양 지연을 이유로 시공단이 사업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지난 1월부터는 개별 조합원이 대출 이자를 지금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오는 7월 금융권이 이들에 대한 이주비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경우다. 사업이 중단되어 있고 언제 재개할지도 불투명한 만큼 금융기관이 대출 기간 만기 연장을 거부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일각에서는 나온다. 각 조합원은 만기 연장이 되지 않을 시 일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수가 세입자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환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금융 기관과의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한 조합원은 “조합이 불량 조합으로 낙인 찍힌 상황에서 어떤 대출 기관이 연장을 해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업단 관계자들에게 최근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 간 갈등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덕연 기자


공사 중단 장기화 시 소송전 이어질듯…서울 입주 물량에도 타격


그럼에도 양측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핵심 쟁점인 공사비 증액 계약의 효력을 따지는 것에 더해 공사 대금(1조 6800억 원) 및 손해배상 청구, 유치권 무효 확인 소송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 법무 법인 삼양의 황귀빈 변호사는 “유사한 사안에서 원피고가 가장 첨예하게 다투는 쟁점은 공사 중단의 원인이 되는 귀책사유”라며 “결국 둔촌주공의 경우 이전 조합이 시공 사업단과 체결한 변경 계약의 절차·내용상 하자가 있는지가 주된 쟁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표류할 경우 부동산 시장과 건설 업계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1284가구로 2017년 이후 가장 적다. 1만 세대가 넘는 둔촌주공의 입주 시기가 불투명하기에 2024년의 입주 물량은 1만 가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때 투입됐던 현장 인력(1일 평균 4000명)의 일자리도 공사 중단과 함께 사라진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 2032가구의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은 52%로 단지 대다수 동이 12~13층까지 지어졌다. 당초 계획으로는 올해 분양 후 내년 8월께 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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