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규제에도 탄력성이 필요하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보다도 ‘동일리스크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 위협의 크기가 다르다면 규제도 다르게 설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14일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은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당연한 부분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정부가 금융업에 있어서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운영하는 이유는 금융사업자가 사회적으로 창출하게 될 위협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며 “지난해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서는 대출 잔액 등 사업자의 사업 성과에 따라 진입 요건을 달리 했는데, 이처럼 사업자가 만드는 리스크에 따라 규제를 달리 하는 실험적인 시도들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규제 등에 가로 막혀 중국보다도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나열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인데 중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해치는 게 아니라면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핀테크나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보다도 못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논의보다는 조금 더 높아진 운동장에서 양쪽이 공정하게 경쟁을 해 소비자 후생을 늘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산분리 등 규제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른 탄력적 해소는 가능하겠지만 보다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시홍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디지털금융기본법 제정 논의가 나오고 있고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가상자산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모두 포함하는 법을 만드는 건 너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일단 국회에 계류된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향후 보완·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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