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정해진 수급 연령보다 일찍 앞당겨 받는 것을 ‘조기노령연금’이라고 한다. 정해진 연령에 받는 게 ‘노령연금’인데 조기에 받는다고 해서 앞에 ‘조기’라는 말이 붙었다. 이렇게 앞당겨 받으면 당연히 연금액이 줄어든다. 하지만 빨리 받을 수 있으니 그게 더 좋은 거 같기도 해서 연금청구 시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조기연금(편의상 조기연금이라 부르기로 한다)과는 반대로 받는 시기를 늦춰서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연기연금’도 있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금액이 줄더라도 앞당겨 받는 것, 늦춰 받으면서 연금액을 더 늘리는 것, 제 나이에 그대로 받는 것 등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줄어들고 늘어나는 정도를 비교해보면 조기연금은 앞당기는 1년마다 6%(월 0.5%)씩 줄어들고, 연기연금은 늦추는 1년마다 7.2%(월 0.6%)씩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수치를 안내받으면 머리는 더 아파진다. 왜 앞당기는 건 6%씩 줄어드는데, 늦추는 건 7.2%씩 늘려줄까? 같은 1년인데 그 가치가 다르다는 얘긴가? 조기보다는 연기해서 받기를 유인하는 건가?
실제 수급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한 해 국민연금공단에 신규로 연금을 청구한 사람들의 약 11% 정도가 조기연금 청구자들이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규모다.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청구자들이었고, 갈수록 수명이 연장되는 시대에 연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반평생을 걸려 만들어온 연금이고, 두 번 다시 만들 수도 없는 연금이기에 그 소중함은 무엇보다도 크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남은 생애 기간의 연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앞으로 연금을 청구할 사람들과 이미 조기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조기연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 국민연금 가입기간 10년 이상 돼야 조기연금 청구 가능해
조기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 돼야 한다. 기본 10년 이상은 가입해야 연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기 청구하는 시기도 제한이 있는데 원래 받는 나이에서 최대 5년까지만 앞당길 수 있다. 63세 수급 대상자라면 적어도 58세 이상은 돼야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 6%씩 감액된다고 해서 신청 시기를 굳이 연 단위로 끊을 필요는 없다. 연 6%를 달로 나누어 계산하기 때문에 1월당 0.5%씩 감액된다고 보면 된다.
신청자의 소득에 따른 제한도 있다. 소득이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조기신청이 불가능한데, 그 기준은 신청하는 연도의 국민연금 ‘A값’이다. ‘A값’이란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소득으로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월 2,681,724원이다. 신청자의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하므로 근로소득자는 근로소득공제 후의 금액, 사업소득자는 필요경비 공제 후의 금액이다. 근로소득자는 근로소득공제 전 월급이 3,669,675원 이하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리해보면 ‘가입 기간 10년 이상 + 수급 나이 도달 전 5년 이내 + ‘A값’ 이하의 소득금액‘이라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조기연금의 연금액은 정해진 수급 연령이 됐을 때 받을 금액에서 앞당기는 1개월마다 0.5%씩 감액해 결정된다. 만약 2년 7개월 일찍 청구했다면 2년 치 12%에 7개월 치 3.5%를 더해서 총 15.5%가 감액된 금액으로 결정된다. 100만원 받을 걸 84.5만원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감액된 연금액은 수급자의 나이가 올라간다고 해서 연금액이 다시 복원되지는 않는다. 평생 줄어든 금액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물가 상승률에 따른 연금액 인상은 적용된다. 그러나 같은 물가상승률이 적용되더라도 100만 원의 2%와 84.5만 원의 2%는 인상액이 다르니, 해가 갈수록 그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 조기 수급 기간에 정지 및 재지급 신청할 수 있어
조기연금의 신청자격은 조기 수습 기간 내내 유지돼야 한다. 여기서 조기 수급 기간이란 신청 당시부터 본래 수급 나이가 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앞의 사례에서 2년 7개월 조기 신청했다면, 이 기간이 다 지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조기 수급 중 ‘A값’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게 되면 수급자격 미달로 연금지급이 정지된다. ‘A값’은 해마다 오르므로 여기에서 ‘A값’은 소득이 발생한 연도의 ‘A값’을 기준으로 한다.
소득 활동으로 인한 정지 외에 수급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정지 신청할 수도 있다. 지급정지를 했다가도 필요하면 재지급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조기 수급 기간 동안에는 횟수 제한 없이 정지와 재지급 신청이 가능하다.
소득 발생 정도에 따라 연금지급이 정지될 수 있어서 공단에서는 조기연금 수급자들의 소득 발생 상황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발생 여부가 발생 시점으로부터 한참 뒤에 확인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소급해 정지하고, 이미 지급한 연금을 환수하게 된다. 환수대상이 되면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수급자에겐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기준을 넘는 소득이 예상된다면, 수급자 스스로 정지신청을 하는 게 좋다.
조기 신청할 것인지 제 나이에 신청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기 수급하면 연금액이 줄기는 하나 일찍부터 받을 수 있고, 제 나이에 수급하면 연금액이 줄지는 않으나 조기보다는 늦게 받게 된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찍 사망할 거 같으면 조기 수급이 낫겠고, 오래 살 거 같으면 제 나이 수급이 나을 거 같기 때문이다.
은퇴 후 당장 생활비가 없어 조기 신청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연금액이 적어 더욱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 일정 수입이 있음에도 조기신청을 한다든가, 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고갈되기 전에 빨리 받아야겠다며 조기 신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 조기연금은 노령연금에 언제 추월당하나.
조기연금은 비록 일찍 받기는 하지만 노령연금에 비해 연금액이 적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가서는 노령연금 수령액의 누계가 조기연금 수령액의 누계를 앞지르게 될 것이다.
노령연금 수급 시 월 100만원씩의 연금을 받을 사람이 3년 조기 신청해서 18%가 감액된 월 82만원씩의 조기연금을 받는 것과 비교해보기로 하자. 국민연금은 수급개시 전까지는 ‘A값’ 상승률에 따라 올라가고, 수급개시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인상된다.
이에 따라 조기연금은 수급개시 이후 줄곧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되지만, 노령연금은 조기연금보다 3년을 더 ‘A값’ 상승률로 인상되다가, 3년 후 노령연금이 개시되면 그때부터는 물가상승률로 인상된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A값’ 상승률이 더 높아서 3년 일찍 출발해서 물가상승률만 적용되는 조기연금보다, 3년간 ‘A값’ 상승률을 적용받는 노령연금의 인상률이 더 높다.
조기연금 82만원에 3년간 1.33%(최근 10년 평균 물가상승률)를 적용하면 3년 후에 85.3만원이 되나, 이때 받지 않고 미뤄뒀던 노령연금은 100만원에 3년간 3.56%(최근 10년간의 평균 ‘A값’ 상승률)을 적용하면 3년 후에는 111만원의 연금이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두 연금 모두 수급상태가 되므로 동일하게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된다.
조기연금 개시 3년 후 시점의 두 연금액의 크기를 보면 각각 85.3만원과 111만원이다. 금액의 크기가 다르므로 같은 물가상승률로 인상이 되더라도 몸집을 크게 불린 노령연금이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난다. 그래서 조기연금 수급개시 후 약 12년 정도가 되면 노령연금 누계액이 조기연금 누계액을 앞지르게 된다.
# 조기연금의 감액률은 어떻게 변하나.
앞의 사례에서 보면 조기연금 수급개시 후 3년, 즉 노령연금 수급개시 시점이 되면 조기연금은 85.3만원이 되지만 노령연금은 111만원에서 수급이 개시된다.
이렇게 되면 3년 후 시점에서 조기연금의 노령연금 대비 감액률은 23%로 벌어지게 된다. 조기연금 처음 신청할 때의 감액률 18%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조기연금 신청 시기별 감액률의 변화를 계산해보면, 신청 시점의 감액률 6~30%(1~5년)는 각각의 노령연금 개시 시점이 되면 8~37.2%(1~5년)로 벌어지게 된다. 노령연금 수급개시 이후에는 두 연금 모두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니, 이렇게 벌어진 감액률은 연금을 받는 내내 계속된다. 그러니 일찍 신청할수록 손해가 되는 것이 조기연금이다.
# 조기연금의 유불리를 따져보자.
앞의 비교 결과를 기준으로 해서 따져보면 조기연금을 받기 시작해서 12년이 되기 전에 사망하면 조기연금이 유리한 것이고, 반대로 사망하지 않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더 살았다면 노령연금이 유리해지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여명(특정 연령에 있는 사람이 앞으로 더 살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을 보면 60세 남자는 23.4년 여자는 28.2년이다. 60세부터 조기 수령을 하더라도 평균 이 기간 만큼은 받게 된다는 것으로, 12년을 훨씬 넘기 때문에 대부분 조기신청이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일 뿐 사람의 수명은 알 수 없으니, 수명을 예측하여 연금 수급 시기를 정하려 하지 말고, 노령연금으로 받는 걸 원칙으로 하되 퇴직 후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을 권한다.
# 조기연금 수급자의 연금액 다시 늘리기
사정상 조기 수령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줄어든 연금액을 다시 늘릴 수도 있다. 앞에서 조기연금의 조기 수급기간(노령연금 수급 연령 도달 전까지의 기간)에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이 강제정지될 수도 있고, 수급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정지와 재지급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지급정지 제도를 잘 활용하면 줄어든 연금을 다시 늘릴 수 있다. 아래 도해를 보면, 63세 노령연금 수급 예정자가 3년 조기신청을 해 60세부터 82%의 연금을 받고 있었다. 이후 1년간 조기연금을 받다가 자발적으로 지급정지 신청을 했다.
이 수급자가 만 63세 노령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정지됐던 연금이 자동 재지급되는데(63세 도달 전에 본인이 재지급 신청할 수도 있다), 이때의 연금액은 애초 받던 82%의 연금이 아니라 94%로 상향된 연금이 나온다. 재지급 시점에 연금을 100%로 다시 계산해서 이미 받은 1년 치 6%를 뺀 금액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 수급자가 만약 정지 기간 2년간 임의계속가입자로 가입해 연금보험료를 더 내기도 했다면, 그 추가된 가입 기간 만큼의 연금액이 ‘+α’로 또 늘어나게 된다.
# 연금 수급 시기 선택 시 고려해야 할 것들
조기 청구로 연금액을 줄이기도 하고, 연기 신청에 의해 늘리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에 따라 연금 수급 시기의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조기 수급을 하다가 정지해서 연금을 다시 늘릴 수도 있고, 노령연금으로 받다가 연기해서 늘릴 수도 있다. 다만,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때를 놓치면 불가능하다.
이밖에 연금청구 시기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과의 관계, 이혼했거나 앞으로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의 분할연금과의 관계, 노령연금 수급 시점에 다른 소득이 높아 연금이 감액되는 문제 등이 있다. 또한, 기초연금 및 세금과도 연관이 있다.
이처럼 연금액의 크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으니,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진짜 전문가에게 상담하거나 교육을 받을 것을 권한다. 어설픈 전문가와 유튜버들의 부정확한 정보와 불신조장에 내둘리지 말자. 우리 공단에도 직원으로 구성된 전문상담사와 전문강사들이 상담과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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