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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칼럼]한국경제에 밀려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은선 금리 올려 물가안정 꾀하는데

정부는 추경으로 유동성 풀며 엇박자

지금은 불확실성 줄여 시장신뢰 얻을때

공급 효율성·생산성 높이는 정책 필요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경제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월 8.5%에 달해 1981년 12월(8.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장중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 수익률을 웃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통상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징후로 해석된다. 만약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밀려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 경제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월 4.1%를 기록해 10년 만에 4%를 넘어선 반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3%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수입 물가의 급등인데 이는 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미중 갈등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에너지·곡물 가격의 급등, 그리고 미국 달러화 강세 등에 기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대외 차원 및 정치적 위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독자적인 정책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재정·통화정책으로 물가와 경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적 고민이 깊은 이유다. 어떻게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째,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민간경제에 정책 방향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 스콧 베이커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5년 실증 연구에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투자·고용·생산을 저해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경제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플레이션은 가장 큰 경제 위협이다. 인플레이션의 폐해는 다양하지만, 특히 경제 불확실성을 초래해 경제주체들의 의사 결정을 저해하고 민생을 피폐하게 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잘 알려진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1979년 10월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까지 한번에 4%포인트 인상시키고 1981년에 21.5%까지 인상시켰다. 1980년 인플레이션은 14.8%(역대 최고)에서 1983년 2.36%로 급락했다. 볼커 전 의장은 긴축 정책이 단기적으로 투자 억제 및 실업 증가 등 불황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구조 조정 및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볼커 전 의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의 효과를 판단했고 이는 결국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40년 전 당시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연준이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올해 수차례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와 한은은 물가 안정에 정책 최우선을 두고 민간경제에 신호를 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고 민간으로부터 정책 신뢰를 쌓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과도한 추가경정예산으로 유동성을 푸는 정책의 엇박자는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둘째,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공급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은 계층에 충분히 손실을 보상하되 명확한 시기를 공표해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를 완료하고 한계기업의 구조 조정 등 순차적으로 출구 전략을 실행해 공급의 효율화를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민간경제의 투자 촉진, 혁신 성장,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규제 개혁, 노동시장의 유연화, 인적 자본 축적 등을 추진해야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지 않는 새 정부의 정책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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