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거세게 제기되온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새 정부에서도 반복될까.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싸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금감원 노조가 먼저 변화를 보임에 따라 향후 공공기관 지정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공공기관 지정 문제로 금감원의 미래가 더 이상 좀 먹지 않도록 무고한 직원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해주길 바란다”며 “기획재정부에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노조는 “수년간 지속된 연대책임으로 좁아진 승진 기회에 유능한 직원들이 금감원을 속속 떠나고 있다”며 “금감원 직원의 25%가 채용비리 이후 입사한 세대인데 본인들의 입사 전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부조리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매해 연말 연초에 이목이 쏠리는 이슈 중 하나다. 매년 1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014년·2016년 채용비리,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정치권 및 시민사회에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2023년까지 상위 직급 감축, 해외 사무소 정비 등의 조건을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조건 이행을 근거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유보됐다. 금감원 노조 입장에서는 내년 또다시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특히 금감원 안팎에서는 최근 금감원 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8년 만에 탈퇴한 행보와 연결해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정부와도 갈등을 빚어온 민주노총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차기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기 위해 정부와 대화해야 하는 금감원이 민주노총과 결별함으로써 새 정부에 대화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국정감사 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주장해온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점도 금감원에 부담일 수 있다”며 “노조에서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여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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