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피했다는 안도감은 하루를 가지 못했다. 뉴욕증시를 비롯한 채권시장, 암호화폐 등 미국 주요 자본거래시장은 5일(현지시간) 일제히 급감했다. 안도감이 사라지자 0.5% 금리인상의 효과를 다시 인지했다는 게 월가의 해석이다. 결국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이날 주식, 채권, 암호화폐 가릴 것 없이 팔아치웠다. S&P 500지수는 153.0포인트하락해 4146.87로 마무리돼 시가총액 중 1조3,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다우는 1063.09포인트 미끄러져 32997.97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장중 5% 하락해 12317.69를 기록했다. 스테판 칼 시버트 윌리엄스 생크앤코 수석트레이더는 "S&P500이 오늘 4,200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낮다. 오늘 움직임은 좀 놀랍다"며 "어제의 반작용으로 보인다. 어제 약간의 상승으로 이윤을 챙기고 판것 같다"고 말했다.
수년간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대형 기술주의 낙폭이 특히 컸다. 테슬라는 8.3%, 아마존닷컴은 7.6% 하락했다. 데니스 딕 브라이트 트레이딩 시장 구조 책임자는 "아직도 많은 두려움이 존재한다"며 "시장은 어제 청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막혔다. 2022년은 하락론자들이 이기고 있다"며 진단했다.
채권시장도 하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066%로 3%를 재돌파한 동시에 201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낮아진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시장도 흔들렸다. 전날 파월의 기자회견 이후 4만달러 대 재진입을 노리던 비트코인 국제 가격은 현재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등 주요 거래소에서 3만6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중장기 낙관론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크리스 캐프니 TIAA 은행의 세계시장총괄은 "전체적인 금융상황이 앞으로 더욱 긴축될 것이며 경기 후퇴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랠리든지 뛰어들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론이 주목받으면서 시장은 우리시간으로 오는 11일 발표될 4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쏠리고 있다. 3월 CPI는 전년대비 8.5%로 1981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바 있다. 시장에서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전망이 나온 것도 이때문이다. 이에 4월 CPI가 3월보다 다소 완화되면서 시장 예측치를 하회한다면 적어도 긴축의 기간이나 폭을 완화할 여지를 의미하게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 4월 CPI에 대한 시장 예측치는 전년대비 기준 8.1%다. 칼 시버트 윌리엄스 생크앤코 수석트레이더는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유일한 길은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뜨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뿐"이라며 "인플레를 개선하지 않는 한 모든 시장 행보는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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