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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전력도매가 사상 최고…한전 설상가상

1년새 3배 껑충, 200원 첫 돌파

한전 손실 커져…올 30조 넘길듯

원가주의 원칙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지난달 2001년 전력도매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h당 200원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전력도매단가는 1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적자가 최대 3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 속에 한전의 손실도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추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4월 통합 SMP는 ㎾h당 202원 11전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h당 76원 35전이었던 SMP는 1월 154원 42전, 2월 197원 32전, 3월 192원 75전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200원 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2월 기준 한전의 전력판매단가는 ㎾h당 115원 20전에 불과하다. 4월부터 전기요금이 ㎾h당 6원 90전 인상된 점을 고려해도 판매단가가 SMP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가격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헨리허브 천연가스 6월물 가격은 100만 BTU(열량단위)당 8.78달러로 마감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초 3.8달러와 비교해도 130% 이상 올랐다. 러시아가 한국을 포함한 비우호 국가를 대상으로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설비 기준으로 LNG 점유율이 30.8%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SMP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7월 이후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석탄·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50%를 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국제 연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SMP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는 5조 7289억 원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전체 영업손실 5조 8601억 원과 맞먹는 규모로 연간으로는 17조 4723억 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됐다. 하나금융투자는 4일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을 8조 6570억 원, 올해 영업손실을 30조 3003억 원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에 원가가 반영되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난 때문에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외상으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칙까지 바꾼 상황 아니냐”며 “차기 정부도 결국 전기료 인상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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