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산으로 간 항공우주청… 후회 안 하려고 나섰죠”

인수위에 연일 쓴소리 문홍규 천문硏 우주탐사그룹장

새 조직 만들면서 공론화 안 거쳐

비전·철학에 대한 고민도 안 보여

우주 관련 기술 이미 생활 속으로

우리도 미래 대비한 준비 나서야

지역 밥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길

문홍규 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사진제공=문홍규




“항공우주청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대해 공론화가 없었습니다. 공청회도 없었고요.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SNS를 통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10대 정책 과제로 발표한 항공우주청 설립에 대해 매일 편지 형식으로 쓴소리를 하고 있는 문홍규(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5일 서울경제와 화상으로 만나 “항공우주청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그룹장은 30여 년 경력을 가진 우주 분야 전문가다. 국내에서는 한국천문학회와 한국우주과학회 이사와 분과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UN 평화적 우주위원회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과학 실무작업반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 없던 기관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에 맞는 비전과 철학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인수위의 결정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 그룹장의 평가다. 그는 “우주 정책을 결정하려면 공공 우주와 국방 우주, 산업 우주와 같은 등 세 가지 분야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끌어나갈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며 ”입지 선정에 앞서 더 근본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주 분야의 핵심 정책으로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개발 등을 꼽은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과학기술분석기관인 브라이스테크(BryceTech)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3480억 달러(약 441조 원). 이중 인공위성 제작과 발사체 산업은 전체의 6%도 안되는 200억 달러 수준이다. 통신, 지구 관측 등 위성 서비스(1287억 달러)나 장비 운용(1198억 달러), 상업 우주 여행 등과 같은 비위성산업(793억 달러)과는 비교가 힘들다.



우주와 항공을 비슷한 비중을 두고 하나로 묶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그룹장에 따르면 미국의 NASA와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두 분야를 하나로 합쳤지만 정작 항공 분야의 비중은 매우 낮다. 문 그룹장은 “실제로 NASA의 항공 부문 예산은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하다”며 “연구 개발도 대부분 정부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문 그룹장은 우리가 우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관련 기술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력이 ‘0’인 환경을 이용해 아스트로제네카 같은 세계 굴지의 제약사들은 2016년부터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하고 있고, 테크샷 같은 업체는 인공 장기 3D 프린팅 실험에 성공했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현재의 지구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우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도 왜 우주로 나가는 지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갖고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문제 제기가 대전과 경남이라는 지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데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문 그룹장은 “중요한 것은 다른 부처와 산학연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지역 문제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우주 계획에 비전과 철학 없이 전담 기관을 만든다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문 그룹장은 “안팎에서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도 직장 동료들과 가족이 지원해 주기에 힘들지만 버틸 수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