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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감소' 넷플릭스의 미래 불투명하게 만든 것은 '역대급 오리지널 시리즈 홍수'? [지브러리]

초기 넷플릭스 전성기를 이끈 제작자 ‘신디 홀랜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 방향 바꾸며 '벨라 바라지아' 영입해

바뀐 제작 방식 때문에 직원·구독자 혼란 빠져…2011년 이후 처음 구독자 수 감소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 법', 넷플릭스도 마찬가지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업계 1위인 넷플릭스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 4월 19일(현지 시간) 발표된 넷플릭스의 1분기 유료 구독자 수는 전분기 대비 20만명 감소했다.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다음날(20일) 넷플릭스의 주가는 장중 최대 39%까지 폭락했고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썼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방식의 변화가 이 같은 실적 부진을 만들어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대체 2억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OTT 공룡’ 넷플릭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 전체의 위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을까.

‘신디 홀랜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넷플릭스 전성기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함께 작업했던 일부 제작자들은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던 건 ‘신디 홀랜드’라는 제작자 덕분이었다고 설명한다. 신디 홀랜드는 ‘하우스 오브 카드’로 웹드라마 최초 에미상 9개 부문 지명, 골든 글로브 4개 부문 지명 등의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신디는 ‘하우스 오브 카드’ 외에도 ‘오렌지 이즈 뉴 블랙’,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 간판 시리즈 탄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업계의 한 제작자는 “넷플릭스는 신디 홀랜드만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죠. 그녀가 죽으라고 하면 기찻길에 누울 사람들의 리스트도 만들 수 있다”며 넷플릭스 내에서 그녀의 입지가 얼마나 컸는지 증언했다. 신디는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단일 콘텐츠에 파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일정 시점까지 신디의 가치관에 공감하며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넷플릭스는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등 타 OTT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OTT 사업 초창기 넷플릭스의 시청률 1,2위를 기록한 시트콤 ‘프렌즈’, ‘더 오피스’ 등의 판권은 넷플릭스 소유가 아니었다. 프렌즈의 판권은 워너 미디어, 더 오피스의 판권은 NBC유니버설의 소유였는데 이들이 자체 OTT 사업을 준비하자 넷플릭스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치열해지는 OTT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매력적인 오리지널 시리즈가 많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넷플릭스는 물량 전략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수를 무섭게 늘리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시리즈에 사활을 건 넷플릭스, 직원·구독자들은 ‘혼란’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가치관을 실현시켜 줄 적임자를 찾아낸다. 그녀는 지난 2016년 등장한 ‘벨라 바자리아’라는 제작자다. 벨라는 CBS와 유니버설 텔레비전에서 중역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넷플릭스의 예능·드라마 분야의 콘텐츠 리더로 부임하게 되는데 업계에선 이 일이 넷플릭스에 중대한 전환점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벨라는 당시 넷플릭스에서 원하는 ‘더 많은 콘텐츠 제작’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인물이었다. 당시 신디와 벨라는 각각 80개, 60개의 쇼를 담당하고 있었다. 1년에 약 140개의 쇼가 만들어지는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 임원들은 이것이 옳은 사업 방향인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벨라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신디가 거절한 프로젝트였던 다크 코미디 ‘채울 수 없는’의 제작을 다시 승인하는 등 신디의 드라마 영역까지 차차 권한을 넓혀갔다. 당시 넷플릭스의 콘텐츠 총괄 책임자였던 ‘테드 사란도스’는 벨라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콘텐츠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싶었던 테드는 벨라야말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한 관계자는 “담당 팀이 거절한 프로젝트를 다른 팀이 다시 승인하게 내버려 둔 테드의 결정은 매우 끔찍했다. 모두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벨라는 구독자가 좋아할 콘텐츠를 잘 파악하는 감각적인 사람이긴 했다. ‘너의 모든 것’, ‘오징어 게임’ , ‘루팡’ 등 메가 히트한 시리즈들은 모두 벨라가 승인한 프로젝트들이었다. 벨라의 안목 덕분에 넷플릭스는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시리즈들을 제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급증하는 자체 콘텐츠 수였다. 제작하는 콘텐츠 수가 많아질 수록 개별 콘텐츠의 퀄리티는 조금씩 낮아졌다.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 법', 넷플릭스도 마찬가지



좌 ‘신디 홀랜드’, 우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내에서 신디와 벨라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내부 직원들은 대체 누구에게 프로젝트의 승인을 받아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직원들에게 총책임자 테드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이다.

콘텐츠의 퀄리티를 중요시 여겼던 신디는 넷플릭스의 물량 전략에 매우 불만이었다. 또한 그녀는 테드가 오스카 캠페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불만이었다. 오스카 캠페인은 아카데미 후보의 지명과 수상을 위해 벌이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신디는 이를 위해 돈을 쓰는 테드에게 “오스카는 돈으로 살 수 없다”며 일침을 날렸다. 이후 넷플릭스의 공동 CEO 자리에 오른 테드는 신디를 해고하고 만다. 그리고 벨라를 글로벌 TV 부문의 사장으로 임명한다.

신디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퀸즈 갬빗’이었다. 퀸즈 갬빗은 1950~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극의 구성 상 의상, 배경 등 시각적 고증을 위해 많은 제작비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드라마였다. 벨라 팀은 이들을 외면하고 깎아내렸다고.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그런 일은 사내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어쨌든 퀸즈 갬빗은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둔다. 2020년 10월 공개된 퀸즈 갬빗은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이 개봉되기 전까지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한 넷플릭스 드라마였다.



업계에선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 법”이라며 현재 넷플릭스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제작 방식의 개성을 획일화하고 있는 CEO 테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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