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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교육부는 반도체부가 아니다

<김정곤 사회부장>

대통령 반도체 특명에 전직원 화들짝

첨단 인재 양성은 하루 아침에 못이뤄

자율보다 규제·간섭…관료주의 팽배

교육부 먼저 환골탈태해야 개혁가능

김정곤 사회부장




요즘 ‘호떡 집에 불난 듯’ 바쁘게 돌아가는 중앙부처가 있다. 바로 교육부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고 질책한 지 단 하루 만에 서울과 수도권·지방대 등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그동안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꿈쩍없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 행보로 연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만들어 첫 회의를 여는 등 속도전이다. 개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움찔한 것일까.

다만 윤 대통령이 얘기한 반도체 분야의 인재 양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들이 원하는 반도체 인력을 적기 적소에 공급할 필요는 있지만 대학과 대학원 학과 증원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반도체 인력만해도 생산직인 오퍼레이터와 메인트·엔지니어 등으로 나뉜다. 분야별로도 전자공학과·화학공학과·환경공학과·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한 엔지니어들이 포진해 있다. 반도체 개발은 기초과학과 첨단 기술이 맞물려 만들어 내는 종합 예술이다. 산업계는 향후 매년 3000명씩, 향후 10년간 3만 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기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침체 등의 사이클에 따라 필요한 인력 수요가 달라진다. 근본적으로는 생산 인력보다 최첨단 기술 연구개발(R&D) 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교육부는 대통령의 반도체 인재 양성 주문 이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방향인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부는 15일 ‘교육부 전 직원, 반도체 산업 공부에 나선다!’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반도체 석학을 초청해 실국장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 산업·과학기술 분야와 적극 소통하고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마치 교육부가 반도체부가 된 듯하다. 윤 대통령의 주문은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는 교육 규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메시지다. 보여주기 식 행보보다는 그동안 교육부가 규제 부처로서 문제는 없었는지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실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해야 할 대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학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관련 법과 규제로 학과 증원, 등록금 인상 등을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 지방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유명 사립대까지 재정난을 겪다 보니 첨단 장비 부족 등으로 기업이 필요한 양질의 인재를 길러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국가의 대학 재정 지원은 턱없이 적다. 다행히 16일 발표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규제개선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질해 대학에 일부 배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교육부가 대학 규제의 못을 뽑고 50년 동안 손대지 않은 낡은 제도인 교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교육부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교육계는 규제의 본산으로 교육부를 지목한다. 교육 자치 30년이 지났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5년간 교육부는 이념에 치우친 평준화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왜곡된 평등주의 정책이 낳은 하향 평준화라는 자기모순에 빠져 미래를 담당할 창의 인재 육성의 장애물이 됐다.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의 자율적인 발전을 지원하기보다는 각종 법률과 규제로 옭아맸다. 교육부의 규제와 간섭, 권위적인 관료주의는 교육 현장을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교육정책과 대학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격한 주장까지 나온다. 모두 교육부의 자승자박이다. 교육부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교육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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