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가 12차 각료회의에서 21년 만에 수산보조금 관련 합의에 이르고 개혁을 본격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WTO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정책 공조 의지를 재확인하며 WTO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2차 WTO 각료회의에서 각료선언이 채택됐다고 17일 밝혔다. WTO 각료회의는 164개 회원국 통상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WTO 각료회의는 통상 2년마다 열리지만 코로나19 여파로 5년 만에 개최됐다.
각료선언은 전 회원국의 동의 하에 채택되는 최종 결과문서다. 이번 회의에서는 △팬데믹 대응 및 백신 지재권 △식량안보 및 유엔식량계획(WFP) △수산보조금 협상 △전자적 전송물 모라토리움 연장 결정 △위생검역(SPS) 각료선언 채택 등 7개 의제 관련 각료선언이 채택됐다. 회원국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애초 계획보다 이틀 늦게 회의를 폐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각료선언에는 WTO 개혁을 본격화한다는 취지의 문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WTO 3대 기능인 규범 협상(입법), 이행·모니터링(행정), 분쟁해결(사법)을 개혁하기 위한 작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분쟁해결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우리 정부는 이에 따라 다자무역질서 복원 논의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료선언 채택은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WTO를 통한 정책공조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회원국들이 WTO 위기론을 극복하고 다자무역체제 복원에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결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21년 만에 수산보조금 협상이 타결된 것 또한 주요 성과로 꼽힌다. WTO 수산보조금 협정상 금지되는 보조금은 불법어업(IUU), 남획된 어종 어획에 대한 보조금이다. 면세유, 원양보조금, 개도국 특혜 등의 내용은 회원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정에 반영되지 못했다. 다만 협정 발효 후 4년 내 이러한 쟁점에 합의하지 못하면 협정은 실효되는 것으로 결정돼 정부는 이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식량안보 관련 각료선언에 ‘불필요한 수출 제한·금지 조치를 자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성과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농식품 공급망 교란, 식량·비료 등 투입재 가격 급등 등 식량위기에 WTO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회원국은 식량안보를 위한 각국의 긴급 조치가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시행되도록 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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