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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습하는 블랙타이드…"오일쇼크·IMF·금융위기 동시에 덮친셈"

[미증유의 경제 위기]이번 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에너지 빈국에 무역의존 높은 韓경제 민낯 여실히 드러나

美와 통화스와프 체결로 불안 잠재운 MB 대응 참조해볼만

'위기극복 최후의 보루' 재정건전성 더 튼튼하게 유지해야

서울 한 은행의 딜링룸 전경.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블랙타이드(black tide)’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포스코와 세계경제연구원이 17일 공동 주최한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평가한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블랙타이드 위기는 하나의 재난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재난이 연쇄 다발적으로 몰려오는 현상을 ‘검은 물결’에 비유한 것이다. 과거 우리가 겪었던 오일쇼크(물가)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환율), 글로벌 금융위기(금융 건전성), 남유럽 재정위기(국가채무) 등의 발발 원인이 비교적 단순했다면 2022년 현재 진행 중인 위기는 발생 원인 자체가 복잡하고 인과관계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해소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10년 넘게 이어졌던 유동성 파티의 청구서가 날아오는 판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져 에너지 빈국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장단기별 맞춤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겪었던 주요 위기들에는 대부분 뚜렷한 단일 원인이 있었다. 가령 1973년과 1978년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의 경우 중동전쟁 및 이란혁명에 따른 공급 충격이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1973년 배럴당 2.9달러 수준이던 유가가 이듬해 배럴당 11.0달러로 3배 이상 치솟자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24.3%까지 뛰었고 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제성장률마저 12.0%에서 7.2%로 절반 가까이 꺾인 것이 오일쇼크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된 것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오일쇼크 당시 전기를 아끼기 위해 낮 시간대 방송을 금지할 정도로 긴축정책을 펼쳐가며 공급 위기를 이겨냈는데 지금은 수요 제한 정책이 자칫 더 큰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급망 마비 사태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달러당 1300원 선을 위협하는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은 1998년 IMF 위기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1997년 달러당 800원 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듬해 2000원 선까지 뛰어올라 순식간에 우리 경제를 국가 부도 위기로까지 밀어넣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은 IMF 위기 당시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시에는 외환 보유액에 비해 단기 외화 부채가 너무 많아 지급 불능 사태에 몰렸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극단적 상황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환율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우리도 결국 미국과 금리 공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화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MB) 정부의 정책 대응을 이번 위기에 참조해볼 만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미국 4위의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돌자 MB 정부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시장의 위기 심리를 단숨에 진화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수출 물량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며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민간 규제 혁파 등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우선 외환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직 국책연구기관장은 “유동성 장세에 풀린 막대한 돈이 자산 시장에 거품을 끼게 했는데 이게 지금 빠지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되고 정치권의 분열, 세계적인 초긴축과 맞물릴 경우 우리 경제에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후의 보루 격인 재정 건전성을 더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 2010년대 초반 그리스·이탈리아 등을 덮친 남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재정수지 적자 확대→국가신용등급 강등→국채금리 폭등→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의 악순환을 거치며 전 세계를 뒤흔든 위기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IMF 위기 때를 제외하면 주요 고비 때마다 재정수지 흑자를 앞세워 빠른 반등을 이뤄냈지만 문재인 정부 재임기를 거치며 건전성이 무너져 위기 대응 체력이 더 약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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