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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회의 9번에 혈세 9.9억 펑펑…위원회 공화국 대수술한다

[尹 수석비서관회의서 점검 지시]

文정부 들어 556→622곳 급증

참여위원 "밥만 먹는 곳도 수두룩"

대통령실, 대대적 구조조정 착수

위원회 법에 따라 존속기한 명시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여러 부처에 소속된 각종 위원회에 대한 수술에 돌입했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이해관계에 맞춰 임명된 1만 명이 넘는 위원들이 혈세를 펑펑 쓰면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대대적인 구조 조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는 위원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유명무실하거나 부실한 위원회를 대거 통폐합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0일 서울경제에 “대통령실과 총리실은 현재 정부 소속 모든 위원회를 상대로 운영 실태에 대한 종합 점검을 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위원회의 존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정부 부처 위원회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어떤 위원회는 굉장히 잘 돌아가고 결과물도 잘 나오지만 실적이 거의 없다거나 기능이 별로 활발하지 않은 위원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윤 대통령이) 그런 위원회들을 통폐합하거나 정비할 수 있도록 점검하자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함께 정부 부처 산하 위원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위원회가 비대해지고 예산 역시 그만큼 불어나는 악순환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위원회가 쓰는 예산을 지적했다. 핵심 관계자는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아무리 작은 예산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지 그것까지 잘 챙겨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행정 부처 산하 위원회의 실태를 보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다.

서울경제가 행안부에 등록된 행정기관 위원회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위원회는 622개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556개)보다 66곳이나 증가했다. 대통령실과 총리실, 각 중앙 부처, 청급 기관 산하 622개의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위원만 1만 3467명(중복 위원 포함, 미구성 위원 배제)에 달한다.



물론 위원회 자체가 늘어났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위원회가 외부의 시선으로 각종 정책과 사회적인 요구를 잘 조율한다면 제 기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텅 빈 수레’와 같이 이름만 요란한 위원회가 넘쳐 난다. 622개 위원회 가운데 예산을 한 푼도 못 받은 곳이 348개로 절반 이상(55.9%)에 달한다. 1년에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은 위원회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만 71곳, 1회만 개최한 곳이 69곳으로 전체의 21%가 연간 1회 이하로 열리는 게 위원회 공화국의 현실이다.

자료=행정안전부


반대로 정권과 정책의 힘을 받은 위원회들은 넘치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전체 위원회 556곳 가운데 예산이 배정된 243곳의 연간 평균 회의 예산은 1억 389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622곳 중 예산을 받은 274곳 위원회의 평균 예산이 1억 3640만 원으로 2017년보다 31.2%나 증가했다.

일부 위원회는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회의 예산을 받고 있다. 행정기관 위원회 현황에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지난해 기준 회의 예산으로 9억 9232만 원이 배정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보고된 회의는 출석 회의 9번이 전부다. 보고서의 기록만 보면 회의당 배정된 예산이 1억 1025만 원이다. 또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4540만 원,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4333만 원으로 산출됐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과도한 회의 비용에 대해 “쓰지 않은 예산은 불용돼 국고로 환수되는데 행안부 자료에 기록되지 않은 사무국 회의도 회의 예산으로 쓰고 있다” “기록되지 않은 민간 위탁 평가 업무 등이 있다” 등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이들 위원회 대부분은 회의 예산 외에 사업 예산도 별도로 배정받고 있다. 위원회에 참여 중인 한 교수는 “1년에 한두 번 열어서 몇 마디 듣고 밥 먹는데 의의를 두는 위원회가 수두룩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위원회 구조 조정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원회는 관련 법에 따라 존속 기한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2050탄소중립위원회 등의 존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설치한 위원회가 대거 통폐합될 경우 정치 보복으로 야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위원회 자체가 정권 인사들에게 자리를 주는 목적도 있다”며 “정권과 정책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 정부에서 역할을 한 분들은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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