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추락하는 가운데 빚을 내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한국 증시가 주가 하락과 ‘빚투’ 강제 청산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역대급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공포가 증시에 가득 차 있다. 가파른 주가 하락에 국내 개인들이 ‘강제 청산 쓰나미’로 벼랑 끝에 내몰렸음에도 수수방관하는 금융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는 2020년 11월 2일의 2300.16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2.58포인트(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종가는 2020년 6월 15일의 693.15 이후 최저치이자 연저점이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만 13.83% 하락하며 2008년 10월(-23.39%)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달 코스닥 하락률은 20.03%로 2018년 10월(-21.11%) 이후 최대였다.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유독 최근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날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6722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642억 원어치를 파는 등 총 7365억 원어치를 쏟아냈다. 이 중 상당 물량은 빚을 내 주식을 샀던 신용 융자의 반대매매 물량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 폭락세가 더 큰 것 역시 빚 내서 투자한 개인들의 주식이 강제 청산되면서 하락의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이다. 개인이 신용거래로 주식에 투자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인 신용공여잔액은 연일 줄어들면서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19조 5308억 원)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2020년 이전보다 10조 원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해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2300선, 코스닥 700선 붕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적 조치는커녕 메시지조차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위기급 위기를 맞아 공매도 금지와 증시안정펀드 등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에야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늑장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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