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추진 중인 일진머티리얼즈가 최대 10조 원이 기대되는 공급 물량 수주에 성공하며 최근 증시 침체에도 인수 후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인수가로 거론된 3조 원 안팎이 최근 금리 상승 국면에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수주 대박으로 몸값 논란을 불식시키게 됐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4일 삼성SDI에 2차전지용 일렉포일(동박)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급 기간은 2030년 말까지로 계약액은 총 8조 5262억 원에 달한다. 일진머티리얼즈 측은 “2025년 이후 예상 물량은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일부 줄거나 늘어날 수 있어 공급액이 약 8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동박 공급액을 9조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주가는 대규모 수주 소식에 이날 12%(8400원) 오른 7만 8400원을 기록했으며 일진홀딩스 역시 전날보다 22.41% 오른 7320원에 마감했다.
이번 수주는 최근까지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잠재 인수 후보 업체들에 배포한 투자설명서에는 담기지 않은 정보다. 이에 따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나 사모펀드(PEF)의 인수전 참여 열기는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영권 지분인 허재명 이사회 의장의 지분 53.3%가 최근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인수가로 3조 원 안팎이 거론됐지만 이달 들어 증시가 급락하고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초대형 수주로 일진머티리얼즈의 미래 이익이 크게 증가해 인수 측이 적극적으로 베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일진머티리얼즈가 장기 공급계약을 삼성SDI와 맺게 돼 경쟁 관계에 있는 LG화학의 인수 의지는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전략적 투자자로 경쟁관계가 없는 대기업 등이 우선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내외 대형 PEF도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박은 전기차배터리의 핵심 소재여서 배터리 제조 업체와 연구개발 등을 밀접하게 협의한다”며 “경쟁사에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면 인수전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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