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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로 변신한 사장님 "18번홀서 '우승 큰절'이 꿈"

■ 이철호 휴셈 대표이사

"열악환 환경에 처한 선수들 많아"

8년간 장익제·최이삭 등 19명 후원

골프백 메고 수차례 캐디로 뛰어

연습장으로 본사 옮겨 쉼터 지원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 당시 장익제의 캐디를 맡은 이철호 대표.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휴셈 본사의 후원 선수 전용 라커에서 포즈 취하는 이철호 대표.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반도체 부품 회사 휴셈의 본사는 경기 성남 ‘남서울 제2 골프연습장’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를 포털 사이트 지도에 입력하자 정말로 골프연습장이 찍혔다. 대체 대표가 골프에 얼마나 진심이기에 회사를 연습장에 둔 걸까.

이철호(52) 휴셈 대표이사는 국내 남자프로골프계에서는 ‘캐디 사장님’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선수 후원에 그치지 않고 간혹 직접 골프백을 메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세 차례 캐디를 했다. 매경 오픈 때는 백석현, KPGA 선수권 때는 최이삭,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때는 장익제의 캐디로 코스를 누볐다.

“제가 남서울CC 회원인데 4년 전 매경 오픈 때 (최)이삭이가 ‘사장님이 남서울 그린을 잘 알지 않냐’며 백을 메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캐디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백이나 클럽을 그린에 놓고 오거나 깃대를 손에 쥔 채 다음 홀로 이동하는 실수도 했지만 지금은 베테랑이 됐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 예선에 몇 차례 출전했던 이 대표는 올해는 프로 선발전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후원 선수의 캐디피는 받을까. “당연히 받죠. 근데 그 돈이 사실은 저희 회사에서 나가는 거예요. 밥도 제가 다 삽니다. 운동 선수들이라 엄청 먹어요. 결국 마이너스예요.”



본사를 골프연습장으로 옮긴 것도 4년 전이다. 회사 안에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 라운지, 라커 등이 갖춰져 있다. 라커 문을 열면 곧바로 휴셈 전용 타석이다. “선수들이 대회가 없을 때 연습하고 쉴 곳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전에 선수들만 있던 공간을 확장하면서 회사 관리팀 인원을 데리고 저도 들어왔어요.”

그의 회사는 전형적인 B2B(기업간 거래) 기업이라 소비자 대상 홍보를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선수 지원 초기에는 모자에 로고도 달지 말라고 했다. 그가 선수들을 돕는 건 누구보다 배고픔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저도 사업 하다 망해봤어요. 소주 한 병 살 돈이 없을 때도 있었죠. 2013년에 제가 ‘골프 대디’가 됐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남자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회사 내부에서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내가 비싼 술 안 마시고, 접대 안 하면 된다”며 설득했다. 이번 시즌 장익제, 최이삭, 백석현 등 7명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 8년간 휴셈을 거쳐간 선수까지 치면 총 19명이나 된다.

그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휴셈 챌린지’도 부활시킬 예정이다. 2015년 소속 선수들과 함께 베트남 전지훈련지에서 1회 대회를 시작한 이후 2020년까지 10회를 열었다. 1박2일 동안 친한 선후배들이 모여 스코어에 대한 스트레스 없는 골프를 즐기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약 40명 규모로 치르는데 선수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끼워 달라고 부탁할 정도가 됐다.

이 대표는 선수들과 소주잔도 허심탄회하게 기울이지만 가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 큰형 같은 존재다. 그는 항상 “골프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적과 관련한 소원이 하나 생겼다. “저희 선수와 우승을 함께 일구고 18번 홀 그린에서 큰절 한 번 하고 싶어요. 큰 욕심일 수도 있는데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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