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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6원까지 치솟은 환율…1997년·2008년 때와 다르다는데 [뒷북경제]

이창용 "1997년, 2008년과 비교 적절치 않아"

강달러에 원화보다 유로화·엔화 가치 하락 커

국금센터 "한미금리역전에도 자금유출 제한적"

엔화 가치 하락에 수출 악영향 우려 목소리도





환율·물가 등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거시경제 지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1326원 10전으로 전 거래일보다 14원이나 올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9일(1340원 7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11월(6.8%)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 적자는 55억 달러로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에 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와 비교하는 건 이미 몇 달 전 이야기입니다. 최근엔 비교 시점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에서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으로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3고(高)’에 경제위기 우려감이 커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겪은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 외환보유액이 2008년 11월 이후 최대인 94억 3000만 달러가 줄었다는 등 소식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이 1997년 또는 2008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3일 한은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날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질문에 “지금 환율이 1300원이 넘어서 굉장히 긴장들 하시고 1997년하고 비교하고 2008년하고도 비교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1997년에는 아시아만 위기에 빠져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라며 “태국에서 전파돼 우리나라도 돈이 빠져나갔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총재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만큼 좀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총재는 “당시 가용 외환보유고가 적지 않냐고 한국이 ‘싱킹 필링’이라고 보도가 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거린 적이 있다”라며 “당시 잘못된 보도라고 얘기하면서 대응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가 언급한 보도는 파이낸셜타임스가 2008년 10월 14일자로 보도한 ‘Sinking feeling(침몰하는 느낌)’ 제목의 기사를 말합니다. 당시 최종국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해당 기사를 들고 기자실을 찾아 “새로운 내용 없이 이것저것 모아서 우리 경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금융위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대응자료를 배포했던 기록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두 번의 위기와 다른 이유는 원화 가치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총재는 “우리만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달러가 강세되면서 엔화, 유로화, 메이저 커런시(major currency·주요 통화)들은 훨씬 더 많이 절하되고 있다”라며 “최근 전 세계에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일본과 중국인데 이 나라들과 수출 경쟁 관계가 있는 한국의 경기가 조금 더 나빠지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엔화, 위안화와 동조화되며 더 절하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08년이나 1997년을 생각하지 마시고 다른 나라 상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어떤지 그런 것을 보면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재 발언대로 일본 엔화 가치는 14일부터 달러당 139엔까지 하락하면서 1998년 9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유로·달러 환율도 1유로당 0.998달러로 떨어졌습니다. 1유로=1달러라는 ‘패리티(parity)’가 20년 만에 처음 깨진 것입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해도 자본 유출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한미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 및 자금유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들의 원화 채권 투자 패턴, 과거 정책금리 역전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실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큰 폭의 자금유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특히나 엔화 가치 절하를 보고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일본이 의도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수출을 늘려 경기 부양하고 기업 이익을 늘려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경제 펀더멘탈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외환보유액은 1997년 204억 달러, 2008년은 2397억 달러에서 올해 6월 4382억 8000만 달러로 많아졌습니다. 순대외채권도 1997년 -638억 달러, 2008년 315억 달러에서 올해 5월 4257억 달러로 차이가 큽니다. 국내 연기금과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환율 수준 자체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환율 1300원대가 위기 징후가 아닌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과거 위기 사례를 봤을 때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도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했습니다. 미국 긴축 속도,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는 각종 대외 변수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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