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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더 당기고 고리 2·3호기 허가 연장 서둘러야” [청론직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

文정부 탈원전으로 붕괴된 생태계 복원해야 ‘미래’ 있어

원전 건설 당기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단축·면제도 검토

에너지안보·기후변화 모두 고려 탄소중립 속도조절해야

원전 가짜뉴스 막기 위해 전문가단체들 계속 노력 필요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자력발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과감히 전환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밀어붙인 급속한 원전 감축 정책으로 붕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 공동대표인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고리 2·3호기 운영 허가 연장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시점을 2024년으로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과 함께 법에 따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전략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도 중요하지만 유럽에서 부상하고 있는 에너지 안보 등 국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풍현 KAIST 명예교수가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신한울 3·4호기의 환경영향평가를 단축하고 운영 허가 만료가 임박한 고리 2·3호기의 허가 연장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많이 훼손됐는데.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선언을 통해 긴 세월에 걸쳐 원전 수를 서서히 줄인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급격한 감축 정책을 폈다. 신한울 1·2호기는 각각 2017년 4월과 2018년 4월,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2021년 10월과 2022년 10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공된 원전은 신한울 1호기뿐이다. 또 6기의 원전 건설이 백지화됐고 2030년까지 1차 운영 허가가 종료될 10기에 대한 운영 허가 연장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원전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졌다. 원전 산업 전반의 매출은 2016년 27조 원에서 2019년 20조 원으로 줄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 12조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보였지만 지난해 5조 8000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20조~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원전의 주요 기기를 납품하는 두산중공업은 경영난으로 2020년 1000여 명을 구조 조정했고 산하 협력 업체들의 납품 계약은 2016년 2836건에서 2019년 1105건으로 급감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한다면.

△첫째, 전문적이지 못한 데다 허술해 틀리는 것이 많았다. 둘째, 인기영합주의적이었다. 셋째, 결과는 모른다는 식으로 무책임했다. 넷째,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할 정도로 독선적이었다. 다섯째, 여러 측면에서 탈법·불법적이었다. 모두 무모한 탈원전 정책에 끼워 맞추느라 벌어진 일들이다. 원자력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데다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데도 강행했다. 탈원전 같은 중대 결정을 하면서도 그 과정에 원자력 전문가는 포함시키지 않았고 비전문가인 환경단체 사람들을 참여시켰다. 원자력에 관한 중요 결정을 내리려면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원자력진흥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세계 최고의 원자력 생태계가 망가졌다. 이 정책이 계속됐다면 원전 생태계 회복은 불가능해지고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두워졌을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 정책과는 무관하게 원자력안전법을 집행해야 하는 원안위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탈원전 정책의 주관 부처로 지정해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 탈원전에 앞장서라고 압박하니 조그만 의혹이 제기돼도 원안위는 지나치게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게 하면서 원전 재가동에 제동을 걸었다. 그래서 한빛 원전 4호기는 수년째 운전되지 못하고 있고 월성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건식 임시 저장소(맥스터) 추가 건설 지체로 계속 운전이 크게 위협받았다.

-원전 반대 세력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 반대 세력은 지금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전 반대 세력의 가짜 뉴스에 조직적이며 잘 짜인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탈원전 시기를 거치면서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또 유럽의회가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녹색 산업 분류 체계)’에 포함하는 등 세계적으로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원전 생태계 정상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시급한 과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운영 허가가 곧 만료되는 고리 2·3호기 원전의 운영 허가 연장이다.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돼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도 막아야 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올해 수정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한 후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단축하기 위해 인근에 건설된 신한울 1·2호기 평가 자료를 활용하거나 환경영향평가법의 재평가 면제 규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원전이 착공되지 않는 기간에 주변 여건이 경미하게 변했다면 승인 기관장과 환경부 장관의 협의로 재평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점을 2024년으로 한 해 당겼지만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

-운영 허가 만료가 예상되는 곳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은 6기다. 원안위의 서류 검토와 안전성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연장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 내년에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연장 골든타임을 놓쳐 한동안 정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장 신청 가능 시점을 운영 허가 만료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당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럴 경우 두 번째 연장되는 6기를 포함해 총 18기의 계속 운전 허가를 현 정부에서 완료할 수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박근혜 정부가 2016년 7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2028년까지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고 2035년에 중간저장시설을, 2053년에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해 가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검토에 나섰지만 시간만 끌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1차 기본계획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전 내 임시 저장소 포화율은 고리 본부 85.4%, 한울 본부 81.7%로 한계에 이르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추가 확충 방안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성풍현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명예교수./오승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원전 모델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정시에 추가 예산 없이 건설된 데다 성능이 우수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선발 주자인 미국·일본·프랑스는 건설비가 우리보다 2~3배 많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후발 주자인 중국·러시아·한국 중 중국은 안보 문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적으로 배척되고 있다. 미국과 호흡을 잘 맞춰 공조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원전 수출을 돕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UAE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원전 수출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통령 중점 사업 차원에서 범정부 조직을 갖추고 수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구매에 큰돈이 들고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며 핵 비확산 측면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여러 부처, 연구계, 산업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민간 원전 수출 지원 조직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원전 일감 감소로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수혈하는 게 필요하다.

-전기 요금을 올렸지만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적자 해소 대책은 없나.

△결국 전기료를 올리고 전기 매입 단가를 줄이는 길 외에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전기 매입 단가는 이용 에너지 비율 조정과 연료비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연료비 변동은 조정할 수 없으니 결국 비용이 저렴한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탄소 중립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은.

△기후변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등을 모두 고려해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을 짜야 한다. 당연히 수급이 불안정하고 온실가스를 다량 생산하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점차 줄이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재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후변화, 탄소 중립보다 에너지 안보가 더 급박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화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급격히 줄이지 말고 국제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며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데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연구개발로 운송 수단과 산업용 공정에 사용되는 탄소 배출량도 줄여야 할 것이다.

성풍현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명예교수./오승현 기자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SMR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가.

△16개 국가가 SMR 건설을 논의 중이고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70여개 업체가 다양한 SMR 노형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듈형은 아니지만 10만 ㎾급의 일체형 소형원자로를 가진 ‘스마트(SMART)’ 원전을 이미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는데 가장 완성도 높은 소형원전이다. 안전성을 더 높인 차세대 스마트 원전도 올해 말 설계인가 취득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He is…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AT&T벨연구소 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미국원자력학회가 수여하는 원자력계측제어 분야 ‘돈밀러상’을 받았다. 국제원자력학회연합회 의장,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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