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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스마트폰 넘어 데이터센터도 '수요둔화'…D램 혹한기 온다

[반도체 먹구름]

◆경기침체의 덫 빠진 반도체

업황 둔화에 IT업체 서버투자 신중

클라우드 등 산업용까지 수요 부진

D램 시장 내년 '공급 과잉' 불보듯

암울한 업황에 '증설투자' 줄연기

반도체 이익 눈높이 더 낮아질듯





“충격적인 수준의 매출 전망치(가이던스) 조정이었습니다. 이 경우 이익은 반 토막, 3분의 1 토막이 날 것입니다.”(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연이어 매출 가이던스를 최대 17%나 낮추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요 부진이 PC·스마트폰에서 자동차·가전제품·데이터센터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자 반도체 업체들은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며 전방위적인 재고 조정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증설 투자 계획마저 미루는 모양새다.

9일(현지 시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6~8월 매출액이 이전에 제시했던 가이던스(68억~76억 달러)의 하단을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 72억 8000만 달러를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수요 성장률이 3~5월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계속 악화돼왔으며 이러한 환경이 향후 2분기가량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앞서 엔비디아도 24일 본실적 발표에 앞서 5월 말 제시했던 매출 가이던스를 81억 달러에서 67억 달러로 무려 17%나 낮춘 바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악화는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고정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스마트폰·PC·TV·게임기 등 개인용 전자 제품 출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 조사 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6월 세계 반도체 직접 회로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감소했다. 통상 6월은 반도체 시장 성수기인데 1976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하락 추세를 보인 것이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단기적 관점에서 최근의 걱정거리는 지난 2년간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분투했던 자동차 업계가 이제는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변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톰 콜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휴대폰, PC, 가전제품 등 시장 일부 영역에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맞춰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버팀목이었던 클라우드나 산업재용 반도체까지 수요 급감 한파가 닥쳤다. 이 센터장은 “마이크론이 가이던스를 추가 하향한 것은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이 PC·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을 넘어 클라우드와 인더스트리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동안 상반기 세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수요가 견조했던 것에는 사실상 적정 수요 이외에 추가 재고 확보 수요가 더해졌던 것이라는 의구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D램 수요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D램의 비트 단위 수요 증가율은 8.3%로 사상 첫 한 자릿수 진입이 예상된다. D램 공급 증가율은 14.1%로 전망됐는데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이 늘면서 가격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가 올해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방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주문량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고 메모리 생산 업체들의 재고도 3분기에 추가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메모리 업황 반등은 전방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가격이 충분히 하락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투자 계획을 조절하며 ‘반도체 겨울’에 대비하고 있다. 눈 앞에 닥친 공급 과잉을 피하기 위해 단기적인 투자 조정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론은 “9월부터 시작되는 2023 회계연도에는 자본 지출을 전년보다 상당 폭 줄일 것”이라며 “수요 부진에 대응해 새로운 공장과 장비에 대한 투자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론이 직원 구조조정을 할 계획은 없지만 고용 규모는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도 애리조나·오하이오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상태이지만 올해는 고용과 신규 공장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 없는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다. 대만의 TSMC도 지난달 시설 투자 계획을 기존 44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들도 하반기 업계 부진 전망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재고를 활용해 유연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단기 설비투자 계획은 탄력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또한 “내년 시설 투자는 상당 폭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상황을 보면서 민첩하게 움직이려고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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