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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로마·마야 무너뜨린 '지구의 역습'…이젠 전 인류를 노린다

[인류 생존 위협하는 기후변화]

소빙하기 로마, 면역력↓ 역병 창궐

극심한 가뭄 탓 마야선 민심 이반

韓도 경신대기근으로 100만명 사망

최근 5년간 기온 0.24도 더 올라

기상이변 심해질 가능성 높아졌는데

G2갈등에 지구촌 차원 대책 표류





최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서 집중 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지구촌에서 집중 호우와 극심한 가뭄, 대형산불이 반복해 나타나는 기후위기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혁명(1850~190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해 지구 온도가 1.09도나 상승(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기온이 2016~2020년 5년간 그전 5년 평균보다 무려 0.24도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상이변이 더 심하게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 서부부터 남미 아마존, 호주, 인도네시아, 심지어 시베리아까지 최악의 산불이 휩쓰는가 하면 곳곳이 최악의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끼치거나 북극 해빙(海氷·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 녹아 해수면 상승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미중 패권 전쟁이 가열되면서 지구촌 차원의 기후위기 대책이 표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역사적으로도 기후변화는 문명의 멸망을 초래한 사례가 많다.

우선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북부, 중동 일부를 영토로 삼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 로마제국을 들 수 있다.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으로 흔히 퇴폐·향락이 꼽히지만 소빙하기에 따른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연구가 나온다. 3세기 중반에 추워지고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기근이 이어졌고 면역력 저하로 인해 혈변·발열·구토, 청력 상실, 실명 등을 초래한 역병이 퍼진 것이다. 4세기 후반에도 곡식 수확량이 감소한 데 이어 5세기 들어서는 부의 순환이 단절됐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카일 하퍼는 ‘로마의 운명’이라는 책에서 “밀집화된 도시 거주지, 제국 내외부가 강력하게 연결된 교역망이 감염병이 번지기 쉬운 생태계였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소빙하기까지 겹쳐 식량이 부족해 감염병이 더 번졌다는 것이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농업 생산량이 감소하면 전쟁이 더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다. 2007년 미국·중국·영국 공동연구팀이 1400년에서 1900년까지 전쟁과 기온의 변화를 곡선으로 그려보니 온도가 갑자기 떨어질 때가 기온이 따뜻해질 때보다 전쟁이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과테말라 등 중미를 기반으로 번성했던 마야 문명과 중국의 전성기 중 하나로 꼽히는 당나라(618~907년) 역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문화적으로 나름 번영기를 누리다가 10세기 초 멸망한 공통점이 있는데 극심한 가뭄으로 먹을 게 크게 줄어든 탓이다.



기원전 수세기 전부터 존재한 마야 문명은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을 3000개 이상 건설하고 1년을 365.2420일이라고 할 만큼 천문학도 발전했으나 9세기~10세기 초 급격히 쇠퇴해 사라진다. 당시 100여 년간 가뭄이 지속된 가운데 810년, 860년, 910년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이는 2003년 스위스 취리히공대의 게랄트 H 하우크 박사팀이 주장한 결과다. 연구팀은 마야 문명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티타늄이 많이 존재하는 점에 착안해 반도 근처 바닷속 퇴적물에 쌓인 티타늄 양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물론 잦은 외침도 마야 문명의 쇠퇴를 부채질했다.

하우크 박사팀은 중국 후난성 북부의 초대형 호수인 둥팅호의 퇴적물도 조사해 당나라에서도 마야 문명과 같이 810년, 860년, 910년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결국 민심이 이반하고 내란과 외환이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캄보디아 지역에서 과거 찬란한 영화를 누렸던 앙코르 제국의 경우에도 15세기 멸망 당시 장기간의 가뭄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2012년 제기했다.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가뭄이 오래 지속되다가 중간중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이상기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앙코르 제국의 최대 규모 저수지에서도 멸망 무렵 강우량이 그 전에 비해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점을 확인했다. 쌀농사에서 극심한 흉년이 들어 민심이 이반하고 외침을 받아 멸망한 것이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왕국으로 꼽히는 아카드도 가뭄으로 인해 150여년 만에 멸망했다는 연구가 1993년 나왔다. 미국·프랑스 공동연구팀이 현지의 흙을 분석해 아카드 북부에서 기원전 2200년께부터 300여 년이나 가뭄에 시달린 정황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 하비 웨이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기후변화가 한 문명의 멸망과 관련된 첫 사례”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에 따른 참변 사례가 많다. 1670~1671년 냉해·수해 등에 따른 ‘경신대기근’으로 약 100만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2010년에 러시아가 가뭄 사태로 밀 수출을 중단하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빵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곧 리비아·이집트 등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고 시리아에서는 오랜 내전이 발생했다.

권원태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원장은 “지금의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그 전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한 국가나 문명이 멸망했다면 이제는 전 지구촌 차원의 생존 문제가 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해도 기후변화를 막기 힘든 판에 그나마 각국의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도 미지수”라며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득만 앞세우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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