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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 발목잡나…'1호 노동이사' 윤곽

산업기술평가관리원, 후보자 선출

정부 심의 거쳐 이르면 9월 탄생

중부발전·강원랜드도 선임작업 속도

노동계 "노동이사 권한 확대해야"

재무개선 추진 정부와 충돌 불가피





이달부터 시행된 노동이사제로 주요 공공기관들의 이사 선임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이사회에 처음 노동자 대표를 앉힌 1호 공공기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노동이사 선출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다음 달 첫 공공기관의 노동이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를 대표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이사가 주요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경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최근 내부 심사를 거쳐 노동이사 후보자 2명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후 정부 심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최종 후보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들은 이제 막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라면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일정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산기평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첫 공공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준정부기관인 산기평뿐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도 노동이사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이달 내 임추위를 꾸리고 다음 달 중 2명의 노동이사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강원랜드도 최근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내부 규정을 마련한 데 이어 11월 중 최종 후보자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인 1명의 비상임이사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노사 협력의 기반을 쌓고 내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반영됐다.



문제는 노동이사제 도입과 맞물려 이사의 권한을 늘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대 노총 등은 △노동자의 요구 사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할 수 있는 ‘안건 부의권’ △노동이사의 노조원 자격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이사가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보다 가감 없이 대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공공기관 민영화·구조조정 저지 공동행동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노조의 권한이 센 공공기관에 노동계의 입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공공기관 부실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과도한 복지와 임금이 지목되는데 이 같은 문제를 되레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개혁 방향과도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재무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항목이 대부분이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재무 상황이 안 좋을 때 노동자 대표가 회사 전체가 아닌 노조의 이익만 대변한다면 공공기관 문제가 더 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노동이사제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공 부문을 시작으로 민간 부문에도 노동이사 도입 요구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현 정부가 당장 민간에 노동이사 도입을 압박하지 않더라도 향후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민간에도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처럼 민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공기관이 노동이사제 도입 후 간접적으로 시장 전반에 실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투자기업 선정 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를 일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로 봐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경우 대다수 기업이 노동이사 채택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시장 영향력이 큰 한국전력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노동이사의 입김이 이사회의 투자나 발주 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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