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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자재 옮기고 AI가 불량확인…LG이노텍, 기판소재 세계 1위 굳힌다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3부. 혁신 현장을 가다

<8> '무인화 혁신' LG이노텍 구미공장

무선주파수 패키지 기판 기술력 앞세워 첨단 반도체 기판 등에 1.4조 투입

불량률 예측하는 AI가상설계 도입 준비…수율 향상·납기 단축 기대

"고객 경험 혁신으로 시장 신뢰 쌓여…경기 나쁠때 경쟁력 돋보일 것"





LG이노텍이 LG전자로부터 인수한 구미4공장의 전경. 이곳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LG이노텍


손길동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전무)이 사업 혁신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이노텍


글로벌 시장의 1위 기판을 다수 생산하고 있는 LG이노텍(011070)의 경북 구미2공장(PS 1A라인). 방진복을 입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판에 대한 소개를 듣는데 누군가 뒤에서 다리를 톡톡 건드렸다. 공장 내에 옮겨야 할 짐을 담고 움직이는 자동운반로봇(AGV)이다. 몸을 비켜주자 길을 따라 곧장 움직였다.

글로벌 시장의 ‘굳건한 1위’ 제품인 무선주파수패키지시스템(RF-SiP)용 기판과 5G 밀리미터파 안테나패키지(AiP)용 기판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의 경북 구미 PS 1A라인은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된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십 대의 AGV가 사람을 대신해 원자재나 다음 공정으로 제품을 옮기며 분주히 움직였다. 커다란 ‘기계 손’들은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뿜으며 기판 원판을 옮기고 다듬었다. 드문드문 배치된 현장 직원들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점검하고 불량 제품을 확인하는 등 업무에 투입돼 있었다.

기판 표면에 전기적 연결을 위해 금속을 얇게 입히는 도금 공정 라인에서는 실시간으로 제품의 어느 부분이 정상이고 불량인지 체크돼 알림을 띄웠다. 회로 검사 공정에서는 기계가 기판을 일일이 스캔하고 촬영하면서 불량 여부를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판을 스캔하면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상 제품과 비교해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LG이노텍은 통신 반도체용 부품인 RF-SiP와 AiP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용 부품인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포토마스크 등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넘버원’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판소재사업부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기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월에는 고부가가치 첨단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진출을 선언하고 카메라모듈과 함께 1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PC·서버용 반도체 기판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LG전자로부터 연면적 23만 ㎡ 규모의 구미 4공장을 인수해 현재 기존 공장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연내에 관련 설비를 투입해 본격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내년 중에는 첫 제품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당분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인수한 공장 내 상당한 여유 공간이 남아 있어 향후 추가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LG이노텍은 RF-SiP 등 기존 핵심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고부가가치 영역인 FC-BGA 등 첨단 사업의 시장 영향력을 높여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FC-BGA에서는 후발 주자지만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존 제품과 제조 공정이 유사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안착하고 수년 내에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 팩토리’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드림팩토리’ 개념을 도입해 진정한 무인화 공정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AI·딥러닝 등 첨단 기술력이 도입된 자동화 공정을 통해 수율(제품의 양품 비율)을 높이고 납기를 단축해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FC-BGA를 생산하는 구미 4공장은 ‘드림팩토리’로 꾸며질 첫 생산 현장이다. 가상 설계를 기반으로 사전 설계를 검증화하고 설계 검증·불량률을 사전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으로 고객에게 사전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제 제조 공정은 필수적인 인력만 남기고 모든 공정을 자동화할 방침이다. 고객사가 필요한 제품 설계 정보만 제공하면 객관적인 수율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고 제조 과정에서도 시각적으로 공정 진행 상황을 체크할 수 있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난도가 올라가면서 옛날처럼 사람 손으로 품질을 확보하는 방식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수율 확보, 자동화로 인한 납기 단축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각종 대외 환경의 악재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LG이노텍이 집중하는 반도체 부품 산업은 당분간 시장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프리스마크, 후지 키메라 종합연구소 등에 따르면 RF-SiP와 AiP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 5000억 원에서 2027년 1조 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진출한 FC-BGA는 AI·자율차 등 데이터 수요 증가로 2021년 8조 원에서 2030년 25조 원으로 연평균 14%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길동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전무)은 이날 기자와 만나 “다년간 꾸준히 고객 중심의 경험 혁신을 진행해오다 보니 시장의 신뢰가 쌓였고 이것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이런 경쟁력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는 시점에는 탁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익을 떠나 고객이 개발하려는 고난도의 제품에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투입해 고객사를 시장의 승자로 이끌어 왔다”며 “그 결과 이제는 우리가 찾지 않아도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정도가 됐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로 뛰어든 FC-BGA 사업으로 기존 사업의 역량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존 사업과 FC-BGA의 고객사가 결국 동일한 상황에서 고객과의 신뢰가 충분히 쌓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규모의 신사업이 더해져 같이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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