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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A 회사채 금리 3배 급등…현대차·기아도 발행 '올스톱'

[회사채 시장 엑소더스]

SK하이닉스·현대제철·한화 등 만기 회사채 현금으로 상환

단기물 금리 상승속 기관 수요 급감…조달자금 만기도 짧아져

저신용 회사채는 더 심각…SLL중앙·SK디앤디 등 대거 미매각





올 들어 지난달까지 회사채 발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조 원 급감하고 회사채 순상환액이 3조 원에 달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시중금리 급등에 시장에서 대거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수소차로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현대자동차와 기아(000270)는 지난해 각각 4000억 원, 3000억 원의 회사채를 순발행했으나 올해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멈췄다. SK하이닉스(000660)는 26일 만기가 돌아온 1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통해 SK하이닉스가 1조 1800억 원을 조달한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올해 SK하이닉스는 회사채 시장에서 종적을 감춘 상황이다. 초우량으로 평가되는 신용등급 트리플A 기업의 회사채 발행 금리가 최근 4.35%로 지난해 초에 비해 3배가량 치솟자 기업들이 리스크를 줄이려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기가 도래한 SK하이닉스의 회사채는 2015년 연 2.63%에 조달한 7년 만기 자금이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신용등급(AA)의 7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평균 4.42%에 이른다. 지난해 초에 비하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3배가량 뛰었는데 이마저도 장기물이어서 수요가 많지는 않아 미매각 등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자 현금으로 상환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 중 트리플A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SK텔레콤도 이달 10일 395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연 3.999%의 금리를 감수했다. 3년물을 기준으로 지난해 1월 회사채를 1.174%의 금리에 조달한 것을 감안하면 이자비용 부담이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A급 회사채의 시가평가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는 25일 4.35%로 지난해 1월 평균(1.19%)보다 3배를 훌쩍 넘으며 11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저금리로 대규모 현금을 비축해온 기업들이 올해는 대부분 보수적인 자금 조달 정책으로 돌아섰다”며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은행 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채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침체되자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울산GPS는 지난달 11일 1200억 원을 연 4.712%에 조달했다. 모회사인 SK가스(018670)의 지급보증을 받아 ‘AA-’ 신용도로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금리를 별로 낮추지 못했다.



조달 자금의 만기도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은 2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해 장기 투자금을 확보했지만 올해는 3년과 5년으로 만기를 대폭 줄였다. 앞서 6월과 7월 회사채를 발행한 KT와 포스코도 3·5년 만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단기물 금리가 빠르게 뛰고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려 투자 평가손실을 우려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칫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면 신용도와 평판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대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 발길을 끊고 있다. LG화학(051910)과 LG디스플레이도 올해는 회사채 발행이 없고 29일 만기를 맞는 만도(900억 원)와 동원에프앤비(400억 원) 역시 회사채 차환 발행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2200억 원의 회사채를 현금 상환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며 한화는 9월 중순이 만기인 900억 원의 회사채를, 한라홀딩스는 다음 달 말쯤 갚아야 할 590억 원의 회사채를 각각 현금 상환할 계획이다.

하이일드펀드와 개인투자자의 수요에 힘입어 완판되던 저신용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역시 어려워졌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자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으려 BBB등급 회사채를 적극 매수하던 하이일드펀드의 규모가 쪼그라든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5일 기준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은 1조 4220억 원으로 연초 대비 3600억 원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신용 회사채는 미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4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SLL중앙(옛 JTBC스튜디오)은 목표액의 절반 수준인 220억 원어치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SK그룹의 부동산 계열사 SK디앤디도 지난달 2000억 원 모집에 40억 원의 주문을 받아 대규모 미매각을 냈다.

시장에서는 재무지표 악화를 막아야 하는 일부 중견·중소기업들만 고금리를 감수하고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나 은행 대출을 즉시 상환해야 하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9월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인 D사는 신규 자금 확보가 절실한데 은행 대출이 어렵자 대기업인데도 연 6% 이상의 고금리로 투자자를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들은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어 이자비용은 늘어나는데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유동성 리스크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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