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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9월에도 역풍 가능성”…“연착륙? 잘해야 그로스 리세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국 증시가 9월에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또 하락했습니다. 장중 여러 번 반등 시도가 있었지만 잭슨 홀 미팅의 후폭풍과 미 국채금리 상승, 유럽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결국 이날도 빠졌는데요. 나스닥이 0.5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78%, 0.88% 떨어졌습니다.

종목별로는 매장 폐쇄를 비롯한 구조개선책을 내놓은 베드 배스 앤 비욘드가 21.3% 폭락한 반면 인력 20%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내세운 스냅은 8.69% 급등했는데요. 컴퓨터 제조업체 HP는 분기판매 감소와 연간 전망 하향조정 뒤에 7.68% 떨어졌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16%까지 올랐습니다.

이날 나온 민간고용 지표는 예상보다 크게 나빴는데요. 시장에서는 “연착륙(soft landing)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9월을 앞둔 미국 증시와 고용, 경기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9월 나쁘지만은 않지만 하락세로 출발하면 하락”…모건스탠리 “그로스 리세션(Growth Recession) 땐 S&P 3400”


이날까지 나흘 연속 증시가 하락한 만큼 시장 상황부터 알아보죠. 우선 월가에서는 9월에 조심할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그 이유로 △시기적으로 수익률이 안 좋음 △연준의 매파적 기조 지속 △고용보고서·CPI 등 데이터에 따라 변동성 커질 가능성 △양적긴축(QT) 규모 2배 확대 등을 드는데요.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이날도 주가지수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통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블룸버그TV에 “인덱스(지수)가 보통 가장 마지막에 하락한다”며 “우리는 그로스 리세션(Growth Recession)이나 소프트 랜딩의 경우에 3400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적절한 경기침체 시에는 3000까지 갈 수도 있다는데요. 이전 주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잭슨 홀 미팅 이후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나온 말이기 때문에 한 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로스 리세션은 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연착륙과 달리 낮은 성장과 실업률 상승이 오래 이어지는 걸 뜻합니다. 기술적 침체까지는 아니지만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낮은 수준과 함께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을 말하지요. 연착륙은 경제가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천천히 식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하죠.

실제 최근 그로스 리세션 얘기가 늘고 있는데요. 특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잭슨 홀 연설에서 소프트 랜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죠. 다이앤 스웡크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이 잭슨 홀 미팅 연설에서 연착륙 개념을 땅에 묻었다. 연준의 목표는 성장률을 잠재 수준(1.8% 추정) 이하로 떨어뜨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고문이다. 고통스럽지만 갑작스러운 침체보다는 덜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도 “그로스 리세션” 가능성을 제기했었죠. 고통이 오래갈 수 있다, 이런 얘기일 겁니다.

최근 15년 간의 9월 증시 실적. CNBC 화면캡처


마침 9월은 월가에 좋지 않은 달이죠. 1950년 이후 S&P500의 월별 수익률을 계산하면 9월이 -0.5%로 최악이었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마이너스라고 하는데요.

다만, CNBC에 따르면 기간을 최근 15년으로 좁히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2006년 이후 15년을 보면 최악의 달은 6월로 -5.5%이고 5월 -0.7%, 1월이 -0.5%였다네요. 9월은 +3.3%로 아래에서 여섯번째였습니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던 셈이죠. 메간 슈 윌밍턴 트러스트 투자전략 헤드는 “명확히 더 조심해야 하고 불확실성이 많지만 너무 방어적으로 나가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며 “내년에 금리가 내려간다는 잘못된 얘기는 사라졌고 그것은 좋은 일이며 어느 정도 변동성은 있겠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우리는 여전히 기회를 보고 있다. 우리는 침체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샘 스토발 CFRA 최고투자전략가는 “나는 우리가 아마도 3800 수준에 접근하는 좋은 하락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우리는 최저치를 다시 시험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최저치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지요. S&P는 지난 6월17일 3636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메스터 “내년 초 금리 4% 넘어야 금리인하 없어”…골드만·BofA·JP모건 “ECB, 다음 주 0.75%p 인상 전망”


스트레테가스의 크리스 베론은 9월 증시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덧붙였는데요. 그는 “역사적으로 9월 증시는 (지금처럼) 하락세에서 출발하면 내려갔고 상승세에서 출발하면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는 굵직굵직한 자료와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2일의 8월 고용보고서와 13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그것이죠. 고용의 경우 이날 나온 민간고용은 크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8월 민간고용은 13만2000건 증가해 전달의 26만8000건을 크게 밑돌았는데요. 시장 예상치 30만 건의 절반도 안 됩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용이 더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엄청난 고용증가에서 좀 더 정상적인 상황으로 가는 변곡점에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말이 어려운데 결국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죠.

최근에는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금리인상 속도 조절)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뭐가됐든 연준은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상태인데요. 이날 증시도 최종 하락 마감했죠.

추가로 ADP 자료는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고용보고서 직전에 나온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선제적 예측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해 잘 안 맞았습니다. CNBC는 “8월 수치는 변동성이 크기로 악명이 높다”며 “ADP 보고서는 회사가 방법론을 교정하고 스탠포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6월과 7월에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제는 잘 맞을지 지켜봐야지만 어쨌든 핵심은 8월 고용보고서입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아주 명확하게 연준의 길을 제시했다. 연준


연준의 길과 관련해서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이날 강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잭슨 홀 이후 지역 연은 총재들의 연타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메스터 총재는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끌어올려 거기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나는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너무나 직접적이고 명확해서 다른 해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데요.

유럽의 물가상황도 심각합니다. 이날 일찍 나온 유로존의 8월 CPI가 전년 대비 9.1%를 기록, 예상치 9.0%를 뛰어넘었는데요. 사상 최고치입니다. 에너지가 전년 대비 38.3% 치솟은 것을 비롯해 식품과 술 등이 10.6% 폭등했지요.

에너지에 관한 한 리스크가 큽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9월1일부터 프랑스 최대 가스업체 엔지에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하루 전 가스공급을 줄이겠다고 한 데서 급작스럽게 중단 카드를 꺼낸 겁니다. 또 31일부터 9월2일까지 사흘 동안 독일 천연가스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운영도 중단되는데요.

이렇다 보니 유럽중앙은행(ECB)의 0.75%p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죠.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체이스는 다음 주 ECB가 0.75%p의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크 등급, 레버리지론 부도율 0.6→2% 전망”…“5년과 30년 국채 금리 재역전 경제문제 신호” 주장도


마지막으로 전해드릴 건 신용시장인데요. 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0.6%를 넘지 않았던 레버리지론 부도율이 내년 6월까지 2%로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2%의 부도율은 1년 간 24개의 부도가 발생한다는 건데요.

레버리지 대출은 사모펀드나 기업이 다른 업체를 인수할 때 사들이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구조인데요. 쉽게 말해 내돈 들이지 않고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거죠. 대출해준 금융사는 이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정크등급 대출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S&P는 기업의 마진을 압박하는 비용증가와 금리상승을 전망의 핵심동인으로 꼽았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모건스탠리도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용시장의 레버리지론이 가장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죠.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레버리지론 대출잔액이 1조4000억 달러인데요. 대출잔액 가운데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분이 9%에 불과하다지만 신용시장은 심리가 한쪽에서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어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프 건들락의 트위터


연장선에서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이 또 다시 미 국채금리 역전을 전면에 들고 나왔는데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 2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5bp(1bp=0.01%p) 역전됐다. 5년과 30년도 또 다시 역전됐다. 지금은 5bp”라며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믿을 만한 신호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사실 꼭 증시가 아니더라도 9월엔 변동성 요인이 많은데요. 줄리안 이매뉴얼 에버코어 ISI의 수석 주식 전략가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가고 (재택근무에서) 직장으로 복귀하는 9월에 소비가 계속 이뤄질지가 중요하다. 아니면 시장이 다시 시험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비가 계속될지 유통업체들의 생각대로 재고 떨이가 잘 될지가 중요한데요. 다가오는 노동절(9월5일) 연휴에는 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신기록을 수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여행예약 앱 호퍼(Hopper)에 따르면 이번 주말 비행기 이용객 수가 1260만 명으로 2019년보다 22% 높을 것이라고 하네요.

아직 여행은 괜찮지만 미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벼랑 끝에 있고 매우 취약하다”며 "침체가 내 기본 가정은 아니지만 만약 어떤 것이라도 선로를 벗어나면 경기침체로 갈 수 있다”고 했죠. 당분간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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