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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만 12조 성장세 가파른데…XR·AI개발자 부족에 '발동동'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3부. 혁신 현장을 가다]

<11> 문 열리는 버추얼 프로덕션 시대

임금문제 등 처우수준 낮은데다

채용해도 영상 교육에 2년 걸려

AR·VR 분야 2만명 인력 부족





“저 또한 시연에 감동을 받아 비브스튜디오스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번 시연을 통해 채용이 원활히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이광희 비브스튜디오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나흘간의 새로운 버추얼 프로덕션 통합 제작 솔루션 ‘VIT’ 시연회를 마치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비브스튜디오스는 올해 1월 인공지능(AI) 연구소 ‘비브랩’을 설립하고 보잉코리아 출신 이 CTO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총인원은 약 20명인데, 그 과반에 해당하는 10여 개의 포지션을 상시 모집하고 있을 만큼 인력을 애타게 구하고 있다.

이 CTO는 “시연회를 준비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채용 활성화”라며 “시연회 이후 원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지원자가 늘었고, 시연회에 방문했던 교수님들과 산학 협력 논의도 시작해 인력 수급이 이전보다는 원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 CTO의 목표는 비교적 소박하다. 10명을 추가 충원해 연내 30명 달성이 목표다. 이 CTO는 “마음 같아서는 40~50명까지 인원을 늘리고 싶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인력난이 심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는 30명만 달성해도 성공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버추얼 프로덕션 업계는 심각한 개발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존 시각 효과 편집은 현장에서 촬영을 마친 후 부족한 부분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보충하는 방식이었던 만큼 인력의 대부분이 아티스트로 구성돼 있었다. 반면 버추얼 프로덕션은 고품질의 3D 배경을 대형 LED 월에 실시간으로 투사한 채 촬영한다. 이 같은 3D 배경은 게임 업계에서 주로 쓰는 언리얼·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구현한다.



결국 게임 업계에서 인재를 데려와야 하는데 처우·재교육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스카우트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버추얼 프로덕션 스타트업 ‘트리탑파티’ 관계자는 “영상 업계는 게임 업계에 비해 평균적인 처우 수준이 낮은 만큼 임금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라며 “어렵사리 채용을 한다고 해도 해당 인력들에게 영상 산업 관련 교육을 하는 데만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최대한 높은 처우를 보장한다 해도 어려움이 남는다. 이 CTO는 “개발 직군에는 기존 인력보다 높은 연봉 테이블을 적용한다”며 “다만 업계 인지도 자체가 낮을뿐더러 게임 업계 개발자들은 타 업계로 이동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채용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인력 풀 자체가 한정된 것도 문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분야에서 총 1만 8727명의 개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에이징·페이스스와프 등 콘텐츠에 적용할 AI 기술을 개발할 인력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AI가 범용 기술로 전 산업에 걸쳐 수요가 높은 데다가 고급 인력인 만큼 인건비가 만만찮다는 전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자이언트스텝·위지윅스튜디오 등 상위 업체들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히트작을 배출해 투자를 여럿 유치하며 박사급 고급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이외의 대다수 업체들은 AI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자체적인 인력 수급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인력 양성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산학 협력’을 제안한다. 업계 종사자가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고, 대학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하면 업계에서는 이를 상용화하는 등 산학 간 스킨십을 늘리다 보면 인재 유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비브스튜디오스 또한 포스텍·KAIST 등 유수 대학과 산학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 CTO는 “최근 들어 관계 부처들에서 산학 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크게 와닿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지원책을 여럿 내놓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하반기 중 버추얼 프로덕션 민관 협의체 발족을 추진 중이다. 7월 진행한 간담회에서 업계가 제시한 인력 부족, 장비 부족 등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정부는 또 올해 신기술 양성 인력 협업 예산 1조 6000억 원 중 68%를 버추얼 프로덕션 등을 포함한 디지털 분야에 배정했다. 이 중 기업이 함께 훈련 과정을 설계하는 ‘K디지털트레이닝’ 과정에만 3248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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