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태풍 힌남노가 ‘매우 강’ 세기를 유지한 채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비상 대기에 들어갔다.
5일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8시53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9시 정각에 맞춰 출근해왔기에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들이 예상보다 빠른 출근 시간에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복장으로는 처음으로 청녹색 신형 민방위복을 입고 나타났다. 힌남노 북상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는 판단 하에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알리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질의응답을 받기 전 “우리나라 전역이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왔다. 오늘 저녁을 넘어서는 제주를 비롯해 남부 지방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관리 당국자들에게 ‘선조치 후보고’를 재차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비상상황 대응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 먼저 조치하고 보고해주시기를 바란다”며 “모든 국민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모든 공무원과 국민 여러분이 일치단결해 노력하면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킬 수 있다”고 격려했다.
‘선조치 후보고’는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지하 벙커에서 태풍 대비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할 때 나온 지침이다. 윤 대통령은 “태풍과 같이 진로가 예측 가능한 기상 상황의 경우 선제적 대처가 중요하다”며 “공직자들은 선조치 후보고 해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힌남도 대응이 추석 민심을 가를 중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 보고 총력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강인선 대변인, 행정관급 이상 대통령실 직원들은 모두 오전부터 청록생 민방위복을 입어 대통령실이 비상 체계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지난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재택 보고’, ‘늑장 대응’ 등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도 태풍 대비에 대국민 메세지를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에 “오늘내일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힌남노 관련 말씀만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남동 관저 입주 시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 없이 청사 내부에서 태풍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오늘 퇴근하지 않고 상황을 챙기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청사에서) 비상대기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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