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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RA, ‘지정학의 위기’ 아닌 기회

송종호 정치부 기자





“자국 중심주의 정책으로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정부서울청사, 8월25일) “미국 보호주의로 나왔다고 하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정부세종청사, 8월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두고 최근 서울과 세종에서 각각 기자들과 만나서 한 발언이다.

한 총리 평가대로 ‘아쉽고 쉽게 되지 않을 일’이 미국서 일사천리 진행되면서 한국산 전기차는 당장 최대7500만 달러(약10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선 1000만 원이 더 비싸진 K-전기차를 구매할 동기가 그만큼 낮아진 셈이다.



한국 정부 뿐만 아니라 비슷한 형편인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동맹에 대한 차별이라며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인데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대법원격인 상소기구가 2019년부터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실효성은 떨어진다. IRA 자체가 입법사항이니 미국 의회를 설득하기 보다 행정부에 호소해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두겠다는 현실적인 방안도 오가는 중이지만 손실이 커지는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구제방안이 나올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간이 문제다. 시간이 갈수록 기업 손해는 명약관화인데 외교가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공유한 것 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그간 ‘뭘 했냐’는 식의 평가는 가혹한 면이 있다. 한 총리가 말한 대로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운 미국은 11월 바이든 정부 중간평가에 ‘올인’했다. 동맹국 전기차 보다 자국 산업과 국민 보호가 먼저였던 셈이다. 결국 국익 최우선의 국제정치에서 동맹은 허망한 말의 성찬일 뿐이다.

실제 지난 100년 동안 미중일러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현실적인 국익이었다. 입에 달고 살았던 지정학적 위기의 본질이다. 그러나 위기는 늘 기회를 동반한다. 급급하게 IRA만 볼 게 아니다. 반도체 협의체 칩4에서 한국의 포지션, 사드배치를 두고 감당해야 할 부담을 미국과 주고 받을 절호의 기회다. 1000년 전 거란과 외교담판으로 강동6주를 지킨 서희의 지정학적 지능과 전략을 지금이라고 못 살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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