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커지는 북핵 위기에 두 달 만에 재차 회동했다. 3국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을 법제화, '비핵화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사상 최대의 제재 봉쇄를 통해 핵 포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천만에 이것은 적들의 오판이고 오산"이라며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미국이 조성해놓은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하에서, 더욱이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에 대한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통해 핵무력의 사명과 구성, 지휘통제 등을 규정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는 7일 일본 도쿄에서 회동하고 북한 비핵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대북 비핵화 협상 재개는 난망해 보인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 자리에서 북핵 위협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서 3국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최근 한반도 정세 관련 평가를 공유하고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도발 감행 시 추진할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이날 3국 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2017년 이후 처음인 7차 핵실험을 준비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군사적 태세에 대한 조정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전날 도쿄에서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 추가 핵실험에 대한 3국 대응에 대해 “확실한 것은 과거와 다른 대응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동시에 국제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차원의 신속하고 일치된 대응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사회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금이 간 상태기 때문이다. 다만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금의 국제정세 때문에 국제사회 대응이 잘 안 될 것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3국 대표는 이번 협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심도 있는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3국은 향후 담대한 구상의 구체 이행방안을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3국 대표는 대북 대화에 있어 유연하고 열린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도발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도 회담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 역내 억지력 강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외교적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계속 미일,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대면 회담을 한 것은 7월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 사전조율차 회동한 이후 두 달가량 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