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면서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로의 등극을 앞두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는 2018년 총선 당시만 해도 득표율이 4%였던 군소 정당 FdI가 최대 정치 세력으로 키워낸 주역이다. 2012년 FdI 창당을 주도하고 2년 뒤 당수 자리에 오르며 이탈리아 극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그는 반이민, 반유럽연합(EU), ‘강한 이탈리아’ 등 극우 성향의 정책을 앞세워 지지세를 확장해왔다. 동성혼·이민·낙태 반대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은 그의 개인적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멜로니 대표는 1977년 로마 노동자 계급 지역인 가르바텔라 출신으로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워킹맘이자 미혼모다. 15세에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정치 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며 정치에 뛰어들었으며, 2008년에는 31세에 청소년장관을 맡아 이탈리아 최연소 장관이 됐다. 이후 MSI를 이어받은 FdI를 창당하면서 ‘여자 무솔리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이끄는 FdI는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내각을 구성할 당시 유일한 야당으로 남았다가 올 7월 연정이 붕괴하면서 마지막 대안으로 일약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멜로니는 적절한 때, 적절한 장소를 만났다”면서 “드라기 전 총리의 연정을 제외하고 사실상 유일한 정당이었던 FdI가 (연정) 반대 세력을 모두 흡수하면서 지지율이 4%에서 25%까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절호의 기회를 만난 멜로니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경제난 등 주요 사회문제를 이민 탓으로 돌리며 불만에 찬 민심을 파고들었다. BBC는 “멜로니는 오랜 경제 침체와 노인 정치라는 이탈리아의 고질적 문제 속에서 (대중이) 필요로 하는 급진적 변화를 대표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의식한 듯 최근 멜로니 대표는 파시즘과 선을 긋고 자신의 친러시아·강성 이미지를 완화하며 서방 지도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가디언은 “새 정부가 8차 대러 제재안을 지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대표가 2000억 유로에 달하는 EU의 코로나19 지원금을 기대하고 잠시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뿐 당선 후 돌연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가디언은 “EU가 이탈리아를 지나치게 몰아붙인다면 멜로니는 언제든지 포퓰리즘 극우 지도자라는 자신의 안전지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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