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가 몽골 시장에 진출한다. 2000년대 중국에 이은 두 번째 해외 공략이다. 국내 패션 가두점 성장세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패션그룹형지는 몽골 유통기업인 노민그룹과 현지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노민그룹은 몽골에서 건설·금융·패션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80여 개의 패션 매장과 40여 개의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한국 패션 브랜드를 몽골에서 전개하고 싶다며 노민그룹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여성복과 남성복, 골프웨어 등 자사 브랜드를 몽골에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몽골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에 '에스콰이아'와 '예작'의 입점을 논의했으며, 향후 진출 브랜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패션그룹형지는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몽골의 캐시미어 제품을 노민그룹을 통해 구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노민그룹의 경영진이 송도 형지타워에 방문할 예정이다.
패션그룹형지가 중국에 이어 해외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샤트렌은 2006년부터 중국 공략에 나섰고, 형지엘리트는 2016년 중국 합자법인인 상해엘리트를 설립했다. 예작은 미국과 일본 아마존에 입점하는 등 온라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연매출은 2018년 4800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2800억 원대로 감소했다. 국내 패션 시장의 중심이 럭셔리로 옮겨간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가두점 매장이 타격을 입은 탓이다. 이에 패션그룹형지는 이달 송도 신사옥으로 전 계열사를 모으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송도에서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미래 선언을 한만큼 몽골 시장 진출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패션 기업들은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몽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인구 330만 명 중 35세 이하 젊은층의 비율이 64%에 달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사용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며 전자상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LF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해 말 e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손잡고 몽골에 진출했다.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도 올해 초 울란바토르 자이산 백화점에 16평 규모의 매장을 열며 현지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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