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건설사는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응찰에 나서는 일명 ‘벌떼 입찰’을 통해 택지를 취득한 뒤 사업권을 따낸 B 사 주식을 미성년자 사주 자녀에게 헐값에 넘겼다. B 사는 낙찰받은 택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아파트 분양 성공을 거둬 막대한 이익을 냈고 이 과정에서 A 건설사가 B 사에 공사 용역을 저가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 사의 지분 가치는 지난 5년 동안 200배 넘게 뛰어올랐다. 사주 자녀는 특별한 기여 없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세금 부담은 회피한 것이다.
국세청이 벌떼 입찰로 부동산 개발 이익을 독식한 건설사 등 탈세혐의자 32명에 대한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불공정 탈세혐의자 60명에 대한 동시 세무 조사를 실시해 4430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탈세혐의자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 우선 벌떼 입찰 등으로 부동산 개발 이익을 독식한 혐의자가 총 8명이다. 이들은 낙찰받은 공공택지에서 분양 사업을 벌이면서 자녀 명의 계열사에 사업권을 넘기거나 저가에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등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증여세를 회피했다.
사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슈퍼카·별장 등 법인 자산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호화 생활을 누린 탈세혐의자 11명도 적발됐다. 이들이 불법 사용한 법인 자산의 가치는 174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실제로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고액 급여를 수령한 친족도 있었다.
변칙적 사업 재편과 자본 거래로 사주 자녀의 기업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통행세’를 거두는 방식으로 부를 편법 대물림한 13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이 증여받은 재산은 총 1978억 원에 불과했지만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불어난 재산은 1조 4478억 원에 이르렀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불과 37세였으나 평균 보유 재산은 531억 원에 달했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앞으로도 세무 조사 감축 기조는 유지하되 공정 경쟁과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불공정 탈세 혐의자에 대해서는 조사 역량을 집중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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