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028300)그룹은 제약·바이오·조선·해양·에너지·금융 영역에서 올 6월 기준 42개사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수와 사업 영역으로만 보면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다. 여러 계열사들 중 대표 기업인 HLB는 시가총액이 4조 4000억 원 안팎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 4위다. 이외에 코스피 상장사인 HLB글로벌(003580)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인 HLB생명과학(067630)·HLB테라퓨틱스(115450)·HLB제약(047920)·노터스(278650), 코넥스 상장사 HLB사이언스가 포진해 있다. 미국에는 자회사인 엘레바 테라퓨틱스, 이뮤노믹 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내년에 HLB사이언스는 코스닥에, 이뮤노믹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LB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몸집을 불렸다. 그룹 체계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시험, 승인 획득, 상업화까지 그룹 내에서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짜여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 과정에서 기술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3상까지 직접 수행해 승인을 받는 사업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리보세라닙’이다.
HLB그룹 내에서 HLB생명과학과 HLB제약, HLB사이언스 등이 참여한 통합신약연구소가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맡는다. 이후 비임상 단계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노터스가 담당한다. 본격 임상은 미국 자회사 엘레바·이뮤노믹, HLB사이언스 등이 맡는다. 약품 승인을 획득할 경우 제조와 유통 역시 그룹 내에서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HLB가 리보세라닙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말기 위암 치료 리보세라닙 단독 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끝낸 뒤 FDA와 품목허가 전 사전미팅까지 했지만 1차 지표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자료 보완을 요구받았었다. 진양곤 회장은 2년간 임상결과와 관련한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다 올 3월 검찰로부터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년의 공방 기간 동한 쌓였던 상처와 불신을 딛고 빠른 속도로 정상화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HLB는 리보세라닙 간암 임상 성공에 이어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한 1204억 원의 매출(별도기준)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63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HLB는 행동주의 소액주주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보세라닙의 성공을 확신하는 충성 주주들로 행동에 나서기 위해 모금을 하기도 한다. HLB 주주연대인 ‘주가행’은 최근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간암 1차 치료제 3상 성공 직후 한 일간지에 이 내용을 알리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에 광고를 싣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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