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주가가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네이버·카카오의 실적 눈높이는 연신 낮아지고 있다. 증권가는 업황 부진과 재무 악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반등할 여력이 없으며 오히려 주가의 하단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각각 47.03%, 49.42% 떨어졌다. 네이버는 이날 장중 19만 80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네이버의 주가가 20만 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 역시 장중 5만 6100원을 찍으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는 16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장중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올해 1월 3일 이후 각각 28조 7906억 원, 25조 7041억 원 증발했다. 지난해 최고가 대비로는 네이버(9월 6일 45만 4000원)와 카카오(6월 23일 18만 9500원)가 각각 41조 6000억 원과 약 50조 원의 시총이 사라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2·3위 기업이라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극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네카오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증권가는 반등은커녕 더 하락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연준이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주에 불리한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 가치를 현재로 환산해 평가가 이뤄지는 성장주는 금리 인상기에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 상승이 쉽지 않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네이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낮아졌지만 매크로 환경을 감안하면 소위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실제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조 3804억 원, 74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발표된 7월 1일 전망치보다 각각 8.3%, 9.1% 하향된 수준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3255억 원인데, 업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역성장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내년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 6722억 원, 9856억 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전망치보다 각각 7.6%, 10.6% 하향 조정됐다.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뿐 아니라 이익 성장률이 더딘 상황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네이버의 경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광고와 커머스의 매출 회복 여부가 중요하지만 아직 뚜렷한 이익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 연구원은 “네이버는 경기 침체 여파로 광고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확연하게 둔화된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까지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게임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이미 출시된 게임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 ‘오딘:발할라 라이징’ 등의 실적 변동이 여전히 크고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인 신작 게임들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카카오는 광고 지면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게임 분야 매출까지 안정화돼야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에 대해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 주가를 기존보다 8.3% 하향된 33만 3000원을 제시했다. 한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근접했으며 인건비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점차 축소되고 있어 매출 성장률만 반등한다면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기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반등에 대한 뚜렷한 징조는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매수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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