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폐쇄적인 앱 마켓 운영 방식에 제재를 가해 앱 마켓 간 경쟁을 유도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애플은 자사의 앱스토어 외에 제3자(서드파티) 앱 마켓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구글이 자사의 플레이스토어 외에도 한국의 원스토어 등 타 앱 마켓을 허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애플의 이러한 행위를 겨냥한 법안이 국내에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만간 발의한다. 법안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이용자나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앱 마켓 등 특정 앱 마켓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제50조 제1항 제12호 및 제13호 신설)이 담길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앱 마켓 시장의 자연스러운 경쟁 유도로 소비자에게도 가격 인하 등 혜택이 돌아올 수 있다는게 김 의원실의 주장이다.
애플이 제 3자 앱 마켓 불허 이유에 대해 이용자 보안을 내세우고 있는 점에서 발의를 앞둔 법안은 이에 대한 대책도 담겼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하여금 앱 마켓, 결제방식, 모바일콘텐츠 등에 대한 보안성을 평가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제22조의9 제3항 신설). 또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용자가 모바일콘텐츠를 이용하는 경로, 방식 등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안도 담겼다(제22조의9 제4항 신설).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김 의원은 “그간 애플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왔다"며 “이번 법안은 경쟁 자체가 없는 시장에 최소한의 경쟁을 만들어주기 위한 장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에서 애플의 앱마켓 독점에 대한 법안이 처음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EU)에서도 애플의 이러한 행위를 반독점 규제 위반으로 규정하고 사이드로딩(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아이폰에 앱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돼 전세계적으로 애플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는 추세다.
그간 애플의 앱 마켓 운영 방식은 독점적이라며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은 제3자 앱 마켓은 물론 사이드로딩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애플이 앱스토어 내 앱 결제 가격을 25% 인상한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와 같은 인앱결제 가격 기습 인상은 모바일 앱 개발사들의 의도와 달리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애플은 개발자들로부터 앱 판매가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는데 국내 앱 마켓인 원스토어는 20% 수준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국내 개발사에만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33%의 수수료를 부과해 총 3450억 원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애플과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취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타 앱 마켓을 허용하긴 하지만 그러한 방식을 성가시게 만드는 등 독과점 강화 장치가 있긴 하다"며 “다만 애플은 서드파티와 사이드로딩을 아예 금지해 앱 마켓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쟁을 배제하고 있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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