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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조는 무엇을 내놓을 건가

박호현 산업부 기자





“한화그룹이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할 때 리먼발 금융위기로 포기했습니다. 이번에도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인데 이 큰 위험을 왜 감수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화그룹이 결정한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인수는 상식 밖이다. 말 그대로 ‘베팅’이다. 한화는 올해 사업을 많이 확대하고 있다. 방산 수출이 늘어난다지만 수출가격을 원가 수준만 받아도 선방이다. 초기 수출 단계이니만큼 싸게 수출하고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 태양광은 계속 투자를 해야 하고 당장 돈이 안 되는 우주항공은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2조 원을 대우조선 살리기에 쓴다. 금리 폭등에 차입은 불가능하다. 자본 유치도 없다고 밝혔다. 인수자금 일부에 방산 수출 대금을 활용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한화가 ‘곳간을 쥐어짠다’는 방증이다.



자칫 그룹이 흔들릴 수 있다. 이 같은 희생과 맞바꾼 것은 대우조선의 경영권이다. 인수 발표 후 한화 계열사의 주가가 폭락하며 주주들 역시 자의든 타의든 희생에 동참한 셈이다.

대우조선 노조도 경영권을 노린다. 한화와 달리 희생은 없다. 노조는 최근 매각 발표에 따른 간담회에서 △현 경영진 임기 보장(낙하산 금지) 확약 △인수자금에 재무적 투자자 금지 △고용 보장 등을 요구 사항 초안에 넣었다.

이 중 경영진 임기 보장 요구는 선을 넘었다. 우주항공·방산·태양광 등 주력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2조 원을 포기하고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다.

인사권을 원한다면 대우조선 살리기에 무엇을 희생할지 노조는 밝혀야 한다. 희생할 게 없다면 적어도 현 경영진 임기 보장과 같은 과도한 경영 간섭 요구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 노조는 수년 전 조선업 불황에 따른 대규모 구조 조정의 아픔이 있다.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대우조선이 민영화를 통한 정상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와 협력도 절대 필요하다. 한화도 이미 밝힌 대로 지역·협력사·노조와의 상생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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