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요금이 올초 대비 50%이상 급등할 전망이다. 현행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실적연료비·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전력량요금 산정을 위한 핵심지표인 ‘기준연료비’가 내년에 2배 가량 껑충 뛸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물가급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한국전력 회사채 물량 급증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및 원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에 따른 전력 과소비 등의 부작용 때문에 ‘시장쇼크’ 수준의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너지 수입가 ‘기준연료비’.. 1년새 2배 껑충
7일 한전에 따르면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석유 등 주요 연료원 수입가격의 분기별 평균치인 ‘실적연료비’는 올 6월부터 8월 기준 1kg당 719.15원을 기록했다. 매해 전기요금 산정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올해 ‘기준연료비(2020년 12월~2021년 11월 연료비 평균치)’가 1kg당 338.87원이라는 점에서 1년이 채 안돼 2배이상 뛰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도 기준연료비의 대폭 상승이 불가피하다. 매해 기준연료비는 사실상 해당연도 4개 분기 실적연료비의 평균치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실적연료비는 584.78원이며 올 3월부터 5월까지가 582.90원, 올 6월부터 8월까지가 719.15원이라는 점에서 이미 3개분기 평균 연료비는 628.94원에 달한다. 이들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 부과지표인 킬로와트시(kWh)당 요금으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평균 대비 1kWh당 39.9원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월 평균 304kWh의 고압전력을 사용하는 4인가구의 전기료 부담은 이달 4만2560원에서, 내년에는 최소 1만3330원(부가가치세 포함)이 늘어난다. 여기에 더해 준조세 성격의 전력산업기반기금(전체 요금의 3.7%)과 1kWh당 2원 가량 인상 예정인 기후환경요금, 내년도 실적연료비 예상 상승분(1kWh당 최대 5원)까지 더하면 요금 상승폭은 한층 가팔라진다.
더 큰 문제는 내년도 기준연료비 산정시 포함되는 올 9월~11월 실적연료비가 직전 분기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실제 오펙 플러스(OPEC+)는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감산에 나서기로 합의한데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LNG 쟁탈전으로 연료비 가격이 치솟고 있다. 기준연료비 인상에 따른 내년 전기료 인상폭이 50%를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연료비 인상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이 치솟고 있어 올 겨울내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년새 16% 뛴 전기료.. 내년엔 ‘묻고 더블로’
‘3만6750원→3만9140원→4만870원→4만2560원’
해당 수치는 매월 304kWh(4인가구 사용 평균치)의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의 최근 1년간 전기요금 월 납부액 추이다.
매월 304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는 올 1월만 해도 3만 6570원을 납부하면 됐지만 4월에는 기준연료비(kWh당 4.9원) 및 기후환경요금(kWh당 2원) 인상분이 더해져 납부액이 3만9140원으로 늘었다.
7월부터는 실적연료비 인상분(kWh당 5원)이 추가 반영돼 전기료 누진제 완화 적용 시점 이후인 9월부터는 요금이 4만870원으로 뛰었으며 10월에는 기준연료비(kWh당 4.9원) 및 전력량요금(kWh당 2.5원) 인상분이 더해져 납부액이 4만2560원까지 늘었다. 9개월새 납부액이 무려 15.8%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이 전기요금 인상 시점과 구조가 복잡해진 것은 문재인 정부 때문이다. 올해 인상분 중 기준연료비(kWh당 총 9.8원)와 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은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올 1월에 모두 반영돼야 했지만 4월과 10월에 나눠 반영됐다. 당시 에너지 업계에서는 3월 대통령선거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결국 이 같은 인상안은 강행됐고 관련 부담은 모두 한국전력이 떠안았다.
문제는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현행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실적연료비·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모두 내년 상승이 불가피 하다. 우선 내년 전력량요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간의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석유 평균 수입액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이들 수입액이 1년새 2배 가량 뛰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전력량요금 인상분을 킬로와트시(kWh)로 환산할 경우 1kWh당 39.9원에 달한다. 여기에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 인상분 예상치(kWh당 5원)에 1년마다 갱신되는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예상치(kWh당 2원)까지 더할 경우 내년 요금 인상폭은 한층 가파르다. 실제 이들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계산하면 304kWh의 전력 가구는 내년부터 월 5만7910원의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1년새 요금이 58% 가량 뛰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연료비 급등으로 내년도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동북아 LNG 현물 가격(JKM)은 올 1·2분기에 100만BTU(열량단위)당 20~30달러 선을 유지했으나 유럽연합(EU)이 LNG 확보에 나선 올 3분기에는 6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LNG 수급 불안 우려를 키웠다. 올 겨울 전세계적으로 기록적 한파가 몰아닥칠 경우 ‘돈을 주고도 LNG를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깜깜이 태양광·값비싼 석탄발전.. 모두 요금압박 가중
정부는 현물가격 대비 저렴한 LNG 장기계약 도입분이 전체의 80% 수준인 만큼 LNG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료 인상 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난방 수요 급증으로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한겨울에는 전체 발전에서 장기계약으로 들여온 LNG 비중이 70% 초반까지 낮아진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태양광’ 또한 겨울철에는 요금인상 압박을 가중 시킨다. 겨울철 전력수요 피크 시간대는 기온이 낮은 오전이나 늦은 오후이지만, 태양광 발전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1시경이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 태양광발전의 피크 기여도는 0.4%에 불과했다. 특히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태양광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LNG 발전을 늘려야 해 발전비용 상승요인이 된다.
정부는 올 겨울 전력수급 문제에 대비해 ‘석탄발전 상한제’를 한시적 조치도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뉴캐슬 기준 연료탄 가격은 지난해 10월 1톤당 206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올 9월에는 452달러까지 치솟아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또한 연료비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전력구입비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며 여타 기업의 자금 조달까지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내년에는 선거와 같은 대형 정치 이벤트가 없는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를 밀어 붙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년도 요금 인상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분기별로 나눠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의 적자는 장기간에 걸쳐 해소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하면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국민이 정말 어려워진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이기는 하지만 요금 결정권은 ‘물가안정에관한 법률’에 따라 기재부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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