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70% 하락한 카카오뱅크(323410)의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나섰으나 주가는 신저가를 이어가며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전문가는 자사주 매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조치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성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1일 카카오뱅크는 공시를 통해 11명의 임원들이 6~7일에 걸쳐 자사주 총 5만 4685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김석 최고전략책임자는 1만 주를,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는 8000주를 매수했으며 이 외에도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 등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는 올 들어 두 번째 자사주 매입으로 7월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 등은 3만 3685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주가 부양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며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효과는 미비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장중 한때 1만 7650원까지 하락하며 또 한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7월 5일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4% 가까이 올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3% 내린 1만 7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 대비로는 69.92% 급락했다.
이 같은 하락에는 최근 카카오뱅크 목표가가 1만 원대까지 내려오는 등 증권가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점치고 있는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연간 대출 성장은 연초 예상치보다 낮은 4조 원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세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이 역성장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성장성 둔화는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목표주가를 11일 종가보다도 낮은 1만 6200원으로 제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미 주가가 빠질 대로 빠진 후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 등 근본적인 해결책 등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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