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기가 만료된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 후임에 여권 정치인들이 잇따라 낙점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들이 보은 인사를 등에 업고 에너지 공기업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지 10월 8일자 5면 참조
1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역난방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신임 사장 공모 지원자 중 5명을 추려 이달 초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된 황창화 사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임추위가 공운위에 최종 추천한 후보 가운데는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공채 1기로 정계에 입문한 뒤 대덕구청장 등을 거쳐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여권 인사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캠프 상임정무특보를 맡아 당선을 도왔고 6월 지방선거에 대전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선캠프 출신의 전직 재선 의원이 도전장을 던진 만큼 사실상 신임 사장에 낙점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전 사장 역시 국회의원 보좌관과 이해찬·한명숙 총리 시절 비서관을 지낸 정치권 인사였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최연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새 사장에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가스공사 임추위가 공운위에 전달한 추천 명단에는 최 전 의원을 포함한 복수 후보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최 전 의원이 확정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출신의 최 전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탈원전대책 및 신재생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 특보단 등을 역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에너지와 무관한 인사들이 공기업 사장에 내려앉고 있다”며 “당장 내후년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있을 이들이 과연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해나갈 적임자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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