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역 출간된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은 “근대 지리학의 창시자인 훔볼트의 진정한 계승자”, “지도 제작자의 꿈을 이룬 책”이라는 찬사를 받은 역작이다. 2021년 영국 지도학회상 등 지리 관련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도가 단순히 장소나 방향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시각화한 정보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책은 빅데이터를 가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패턴과 상황, 숨어있던 진실을 지도 위에 드러낸다.
예를 들어 1914~1866년 대서양 항해 기록 3만6000건을 분석한 뒤 시작과 끝 장소를 매치한 그래픽을 통해 노예무역의 실상을 폭로한다. 해당 기간 서부 중앙아프리카, 베냉만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노예 무역선에 오른 사람은 1250만명인 반면 하선한 사람은 1070만명이다. 180만명은 배 위에서 죽어 나간 것이다. 또 살아남은 아프리카인 가운데 절반은 브라질에 떨궈졌다. 영국령 섬들은 두번째로 많았다. 노예무역 역사에서 가려졌던 브라질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비밀작전 경로를 표시한 지도에서는 미국의 기밀을 확인할 수 있고 이산화질소의 분포를 나타낸 지도에서는 배기가스를 더 많이 뿜어내는 산업과 나라를 볼 수 있다. 60여개의 컬러 지도마다 담긴 스토링텔링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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