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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 유럽기업 5곳 중 1곳 '제2 생산기지' 찾는데…불구경하는 韓

[탈중국시대 '亞 투자허브' 기회다]

<상>글로벌 공급망 린치핀 노려라

"中 예측불가…거점변경 검토" 4년새 12%P 늘었지만

'미국 동맹국 이점' 한국은 유치전략 손놓은 채 정쟁만

친노동 등 경영환경도 문제로…"법인세부터 내려야"





애플·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야후. 최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거나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을 노리고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갈등과 대만 영토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을 견디다 못해 중국을 속속 떠나고 있다. 베티나 쇤베한진 주중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현재 중국에서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이는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줘 대체 투자처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중국의 투자 매력도는 급감하고 있다. 주중 EU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유럽 기업 중 다른 나라로 투자 변경을 고려하는 업체의 비율이 2018년 11%에서 올해 23%로 뛰었다. 4년 만에 12%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FDI마케츠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18년 1195억 달러(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해 투자하는 그린필드 기준)에서 매년 급감해 지난해에는 289억 달러까지 줄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약 4분의 1 토막이 났다. 올 2분기 누적 기준 FDI는 60억 달러로 이미 2003년 집계 이래 최저치를 찍었고 연간 기준으로도 최저치가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접해 있고 다른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내 투자를 줄이거나 망설이는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유치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맹·우방을 중심으로 한 ‘프렌드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유리한 대목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싱가포르처럼 모든 국가의 기업이 모이는 비즈니스 허브가 되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고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수출을 늘리는 국제화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최고의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국제화”라고 지적했다.



답답한 대목은 우리나라가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아시아에 지역본부가 있는 글로벌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시아 거점 후보지로서 한국은 싱가포르·일본·홍콩·중국에 이어 5위에 그쳤다. 아시아 거점 후보 1순위로 한국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3.3%로 싱가포르(32.7%)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규모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FDI 규모는 2015년 159억 5000만 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74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종종걸음 수준이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규모는 2015년 303억 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66억 3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기업 하기 어려운 국내 환경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경직적인 노동법, 높은 세율 등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인건비와 지대, 규제·노동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선진화돼 있기는 해도 규제가 강해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다”며 “해외투자가 투자 유입보다 훨씬 많아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산업 공동화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이려면 법인세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낮출 경우 FDI 순유입이 414억 달러(약 60조 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OECD 평균인 23.2%보다 1.8%포인트 높다. 정부는 7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최근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새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개혁 및 지원으로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홍보를 강화해야 아시아 투자 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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