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특수를 맞은 골프웨어 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여행 재개와 늘어난 각종 비용 부담에 골프 인기가 한 풀 꺾이자 경쟁력이 낮은 브랜드부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유통 업계는 내년부터 골프웨어 시장 거품이 빠질 것으로 내다 보고 옥석 가리기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1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겨울(FW)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22%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9월 매출 신장률이 45~6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A 백화점은 지난해 9월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이 45%였는데, 올 9월에는 15%로 꺾였다. 같은 기간 B 백화점도 62%에서 21%로 떨어졌다. 한 백화점 MD는 "특히 30대 이하 고객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1인당 객단가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 론칭한 '캘빈클라인(CK) 골프'는 갤러리아 광교와 AK플라자 분당점 등에서 철수한 뒤 온라인 판매망을 중심으로 일부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골프공으로 유명한 '스릭슨'의 골프웨어는 지난 8월부로 영업을 아예 종료했다. 스릭슨 골프웨어는 유아동복 전문기업인 해피랜드코퍼레이션이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해 운영 중이었다. 회사 측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매출을 영업 종료 이유로 꼽는다. 혼마 골프웨어는 올 FW 시즌 의류를 생산하지 않았다.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맥케이슨도 매출 부진 탓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골프 장비로 유명한 수입 브랜드가 급히 의류 라이선스만 추가로 확보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전개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팬데믹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20~30대를 중심으로 고급 스포츠인 골프의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4조 6000억 원이었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규모는 지난해 5조 6000억 원을 돌파한 뒤 올해 6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고물가로 더 이상 가파른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주머니가 가벼워진 초보 골퍼들은 중고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골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는 앞으로 국내 골프의류 시장이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캐주얼과 럭셔리 등으로 양분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전개하는 '말본골프'와 코오롱FnC의 '지포어'가 대표적이다. 지포어는 2020년 국내에 진출한 뒤 고가에도 불구 주요 백화점에서 월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한섬과 삼성물산 패션도 올 FW 시즌부터 '랑방블랑'과 '란스미어 골프'를 내놓고 럭셔리 골프웨어 경쟁에 가세했다. 말본골프는 일상 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골프웨어와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워 백화점까지 진출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전통적인 골프웨어 강자 브랜드의 매출은 간신히 유지 되고, 럭셔리로 확실히 차별화한 신생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